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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0선 지켜낸 코스피”…트럼프 중동 경고에 한화오션·삼성전자 견고, 시장 불안 확산
경제

“2,950선 지켜낸 코스피”…트럼프 중동 경고에 한화오션·삼성전자 견고, 시장 불안 확산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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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 아래, 한국 증시가 또 한 번의 심리적 장벽 앞에 선채 흔들렸다. 6월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950.30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장보다 3.64포인트(0.12%) 오르며 2,950선을 겨우 지켜냈다. 매 거래일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는 시장의 온도 속에서, 이날은 특히 3,000선을 코앞에 두고 번지는 불안이 전반적 분위기를 압도했다.

 

장 초반만 해도 투자자들은 낙관과 탐색 사이에서 저마다의 기대를 담았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가 힘차게 오름세를 보인 데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는 기류가 감지됐다.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2,998.62까지 오르며 시장을 달궜으나, 그 들뜬 공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내며, 한순간 투자심리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 익숙해질 법도 한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시장은 다시 조심스러운 자세로 돌아섰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이날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 뚜렷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144억원, 기관은 1,056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 세력이 시장의 추가 상승을 억눌렀다. 이 무게를 버텨낸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그들은 2,244억원을 순매수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순간에도 시장의 마지막 버팀목이 됐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이 흐름은 이어졌다. 외국인이 이틀째 1,563억원을 순매도하며 보수적 태도를 강화했고, 개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983억원을 순매수하면서 다시 한번 증시의 균형추가 됐다. 거대한 유동성의 흐름 속에서, 개인 투자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집단적 힘으로 시장을 지탱하는 풍경이었다.

 

종목별로는 선택과 집중이 선명히 드러났다. 외국인은 한화오션(1,735억원), 삼성전자(1,076억원), 그리고 LG씨엔에스(465억원) 등 대형주에 매수세를 집중했다. 동력산업의 기대주 기아, HD현대, 신한지주, 풍산, 현대모비스 역시 외국인 순매수 목록 상위에 올랐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2,702억원), SK하이닉스(587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18억원) 등에서는 매도 물량이 두드러졌다.

 

기관 역시 집중된 매매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651억원), 삼성전자(592억원), 현대엘리베이터(408억원), SK하이닉스(331억원), 한화오션(307억원) 등이 기관 매수의 주요 종목이었다. 이와 달리 두산에너빌리티(905억원), 한화솔루션(631억원), HD현대(377억원) 등에서는 기관이 큰 폭으로 매도에 나섰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1.44%), 전기전자(1.06%), 운송장비(0.40%)가 오름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의 변화와 차익 실현이 교차하며, 건설(-1.27%)과 운송창고(-1.77%) 업종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하루 전 고점을 찍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1.65%로 빠르게 조정되며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무상함을 상기시켰다. 두산에너빌리티(-0.34%), 현대건설(-1.39%) 등 원전 관련 종목 역시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1.57%), SK하이닉스(0.40%)는 장중 한때 4% 이상 치솟았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었고, 자동차주 중에서는 현대차(1.74%), 기아(2.15%)가 강세를 이어갔다. 기관과 외국인 동반매수가 이들 종목에 유입된 점은 실적 개선 기대와 글로벌 판매 호조 전망에 힘입은 결과였다.

 

바이오섹터는 부침이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0.49%)와 파마리서치(-8.30%) 등 다수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신풍제약은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의 코로나 예방·치료 유럽 특허 획득 소식에 상한가(29.92%)로 직행했다. 시장 전체가 혼란스러워도, 개별 호재는 여전히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짙게 드리웠다. 코스닥지수는 775.65로 0.21% 내렸다. 기관은 726억원을 팔아치운 반면, 개인(738억원)과 외국인(132억원)의 매수세가 전면에 나섰다. 2차전지 강자 에코프로(-1.31%), 에코프로비엠(-0.56%), 알테오젠(-1.97%) 등이 약세였고, 삼천당제약(2.16%) 등 일부 제약주는 소폭 반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7조8,450억원으로 전일보다 3조원가량 늘었고, 코스닥 역시 7조4,000억원으로 거래가 활기를 띠었다. 방향성은 엇갈렸으나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긴장과 관심만큼은 오히려 살아났다.

 

이렇듯 시장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동 경고, 전날 급등세 이후의 숨고르기, 그리고 국제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채 다음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3,000 고지에 목마른 시장의 균형추로 남았다는 사실, 또 한 번의 하방 지지선이 확인됐다는 분위기는 투자자에게 긴 호흡의 시선을 제안한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업 실적 모멘텀 사이의 힘겨루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시장과 투자자가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시간, 오는 주에는 주요 기업 실적 발표와 미국 연준 관련 발언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결국 독자와 투자자 모두, 불확실성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에 무엇을 선택할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읽을지에 대한 사색이 필요한 교차로 앞에 서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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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한화오션#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