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양주를 걷다”…도심 속 빛과 자연에 머무는 가을의 한때
요즘 흐린 날씨에 맞춰 양주로 소풍을 떠나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예전에는 관광지라기보다는 조용한 교외 도시로 여겨졌지만, 지금의 양주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일상 공간이 되고 있다.
양주시 광적면에 자리한 조명박물관은 ‘빛’을 주제로 한 체험과 예술 전시가 어우러진 국내 유일의 공간이다. 빛의 삼원색을 오가는 전시관, 그림자 놀이, 독특한 조형물들이 이목을 끈다. 방문객들은 아이와 손을 잡고 관람하거나, 색다른 인증샷을 남기며 빛의 예술을 마음껏 즐긴다. “일상의 조명도 이렇게 다채로울 줄 몰랐다”며 감탄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변화는 자연 속 걷기 명소에서도 이어진다. 옥정동의 옥정호수공원에선 고요한 호수를 따라 걷는 이들의 모습이 익숙해졌다. 날마다 달라지는 식생과 잔잔한 수면 위의 풍경, 남동풍이 실어다주는 선선한 공기가 평일 오후에도 찾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실제로 기자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호수 건너 구름 그늘을 바라보니, 잠시 모든 걱정이 잦아드는 기분에 젖었다.
장흥자생수목원은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계절을 품은 나무와 풀, 야생화가 사방에 흐드러지고, 사람들은 “공원과는 또 다른 조용함”이라 표현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을 햇살 아래에서만 맡을 수 있는 흙냄새와 식물의 숨결에 시선이 머문다.
지역 전문가들은 “양주는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가까이서 자연을 느끼고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쉼터”라고 말한다. SNS에서는 “가까워서 더 좋은 나들이 코스” “비 오는 날도 운치 있다” 같은 댓글이 이어진다. 거창하지 않아도 한적하게, 가족, 친구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사소해서 쉽게 지나쳤던 흐린 날씨와 도심의 조용한 공원. 하지만 그 안에선 평범한 일상이 조금씩 다른 색깔로 물드는 경험이 전개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