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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노출, 생물학적 나이 앞당긴다”…USC팀, 후성유전학적 노화 가속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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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노출, 생물학적 나이 앞당긴다”…USC팀, 후성유전학적 노화 가속 밝혀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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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인간 신체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실질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며,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구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공공 보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레오나드데이비스 노화연구소 최은영 박사 연구팀은 최근 56세 이상 미국 성인 약 4000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 극심한 고온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DNA의 후성유전학적 변화, 이른바 ‘에피제네틱 시계’의 진행이 최대 14개월 빨라진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는 흡연, 과음, 만성 수면부족 등 대표적 유해 생활습관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학계와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연구팀은 32도(90℉) 이상 고온이 연간 140일 넘게 계속되는 지역 주민들의 혈액 내 DNA 변형을 추적, 고온 노출 빈도가 적은 집단 대비 ‘에피제네틱 시계’ 지표의 상승이 유의하게 높음을 확인했다. 에피제네틱 시계란 DNA 서열 자체 변화 대신, 후성유전학적 마커로 노화와 질병 위험도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최첨단 생체지표다. 기존 연령 비교보다 훨씬 실제 건강 상태에 근접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기존 건강·소득·생활습관·기저질환 여부 등 교란 변수를 종합 통제한 결과, 극단적 폭염 노출 집단의 노화 촉진 효과가 여전히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는 냉방 인프라 이용 기회가 제한적인 저소득 계층이나 흑인 등 사회적 소수 집단에서 고온 노출의 악영향이 더욱 뚜렷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폭염이 단순히 개인의 건강문제를 넘어, 도시 환경, 주거, 사회 복지 시스템 전반의 불평등 구조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관련해 열사병·심혈관 질환 등 기존 알려진 폭염 위험 외에, 유전·분자 수준 건강 악화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보건정책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등 폭염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미 전통적 감염병 통제와 함께 환경기반 예방의학 강화가 주요 흐름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번 발견은 WHO와 각국 정부, 도시 정책 당국이 폭염 위험 대응 프레임에 생물학적 노화 촉진 인자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복지부 등 국내 기관 역시 이번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파트, 저소득층 주거밀집 지역 등의 폭염 대응 체계 효율화와 함께, 유전체 변화 등 정밀 헬스케어 기반 도시보건정책 설계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폭염 노출이 생물학적 노화까지 유발한다면, 도시 설계와 주거 환경은 물론, 보건복지 정책 및 건강 불평등 관점에서 중장기 대응이 필수적인 전환점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폭염 관련 헬스케어 솔루션, 생체지표 기반 조기진단 서비스 시장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기술과 환경, 제도와 산업의 협력이 폭염 시대 건강 보장의 핵심 조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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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c#폭염#에피제네틱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