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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행 확정에도 박수 침묵”…홍명보, 월드컵 불명예→자존심 회복 도전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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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보다는 묵직한 공기가 먼저 차올랐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밤에도, 대표팀을 빤히 바라보는 팬들의 표정은 쉽게 환해지지 않았다. 이라크 바스라의 경기장에 울린 마지막 휘슬, 조심스럽게 나오는 박수 소리와 함께 대한민국 선수단의 얼굴에도 섞인 안도와 숙연함이 묻어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누르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승리로 대표팀은 승점 3점을 추가, 아시아 전체에서도 네 번째로 2026년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본선행 확정에도 박수 침묵”…홍명보, 월드컵 불명예→자존심 회복 도전
“본선행 확정에도 박수 침묵”…홍명보, 월드컵 불명예→자존심 회복 도전

초반 흐름은 조심스러웠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분배와 탄탄한 조직력 유지를 강조했고, 대표팀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빠른 측면 돌파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전엔 양 팀 모두 중원에서 거센 압박을 펼치며 이라크와의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고, 결국 득점 기회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분위기는 후반 초반 변화했다. 교체로 들어선 공격수가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수비진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나온 추가 득점까지 더해 대표팀은 이라크의 뒤쫓음을 원천 봉쇄했다.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수비진의 집중력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 이상의 의미가 더해졌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관중석 반응은 차분했고, 국내 축구 팬들도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만족보다는 아쉬움을 거리낌 없이 내비쳤다. 경기 내내 전술적 유연성 부족, 세밀한 공격 작업의 한계 등 대표팀의 과제는 여전히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 종료 후 홍명보 감독은 "기쁨 뒤에 오는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더 단단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본선 무대를 맞이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승리로 대표팀은 조 2위 이상의 자리를 확보하며 순위 경쟁에 우위를 점했다. 마지막 맞대결은 홈에서 쿠웨이트를 상대하게 된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앞으로에 쏠리고 있다. 손흥민의 경기 감각, 이강인의 활용 전략, 김민재를 포함한 핵심 자원의 몸상태 등이 상반기 대표팀의 화두로 남았다. 무엇보다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겪은 쓰라린 기억, 혹독한 비난의 시간을 건너온 홍명보 감독에겐 그 어느 때보다 벅찬 사명감이 주어진 셈이다.

 

야속할 만큼 더디게 흐르는 회복의 시간, 다시 한 번 시작점에 선 태극전사들에게 축구팬들은 조용한 바람을 보낸다. 날카롭고도 따스한 시선, 그리고 두 번째 월드컵 본선 도전에 담긴 서사는 또 한 번 새로운 응원을 불러일으킨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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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대한민국축구대표팀#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