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방송사 경영진 무력화 우려”…이진숙 방통위원장, 개정 방송법 정면 비판
정치

“방송사 경영진 무력화 우려”…이진숙 방통위원장, 개정 방송법 정면 비판

신채원 기자
입력

정치적 충돌 지점이 노사 간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으로 옮겨 붙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를 통과한 개정 방송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방송사의 거버넌스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위원장은 “방송사 경영진이 무력화됐다”는 입장을 SNS에 밝히며 파장을 예고했다.

 

지난 12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정 방송법의 핵심 조항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개정)방송법은 편성위원회라는 무소불위의 위원회를 만들었다”며 “방송사 경영진을 무력화하고 노조 대표를 사실상의 경영진으로 승격, 편입시키도록 만들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방송법은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업자들에게, 사내 구성원이 추천하는 사람 5명과 취재, 보도, 제작, 편성 등 해당 부문 종사자 대표가 추천하는 인원 5명으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이 편성위원회는 방송편성책임자 제청, 편성규약 제정·개정,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진숙 위원장은 “사측 대표 5명과 대표 교섭 노조 5명이 맞서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방송사 편성책임자는 사장이 아니라 사실상 편성위원회에 의해 임명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편성책임자 임명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장이 임명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노사의 '공동경영진'이고, 사장은 편성위원회의 '일원'으로 격하되면서 인사권 및 경영권도 축소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어느 프로그램을 어느 시간에 편성할지, 어떤 방송을 중단할지 결정하는 권한이 편성위원회로 옮겨간다"며, "노사 동수의 대표가 공동경영을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원칙에 부합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선진국 가운데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노조 대표가 포함된 편성위원회를 두는 사례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노사간 갈등의 장기화 우려도 제기했다. 특히 “노사가 프로그램에 같은 방향성을 가진다면 협동조합 식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모적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끝으로 워싱턴포스트의 슬로건인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를 인용하며, “언론이 정치 권력이나 자본 권력뿐 아니라 노동 권력으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계는 개정 방송법의 취지와 실효성을 두고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관련 쟁점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채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진숙#개정방송법#편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