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최대 85% 할인…미국 TrumpRX”…화이자, 처방약 직구 플랫폼 본격화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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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과 손잡고 처방약의 직접구매 플랫폼 ‘TrumpRX’를 2024년 1월 본격 가동한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EMD 세로노 등 빅파마들이 최대 85% 할인된 가격으로 대표 의약품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현지 약가 구조 전반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공동 플랫폼 도입을 ‘약가 경쟁 시대 개막’을 알리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TrumpRX는 미국 행정부 주도로 연방정부 내에서 운영되는 의약품 정보 중개 플랫폼으로, 미국 환자가 대형 제약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최저가 처방약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다. 사이트 내에서는 약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최적의 가격 비교와 정보 제공을 통해 거래 투명성과 비용 절감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발언을 통해 “미국 가정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약품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며 “동일 약품의 해외 대비 고가 구조를 플랫폼 도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원리는 중간 유통마진 및 복잡한 판매망을 최소화해 고질적인 미국 약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 있다. 현재 미국 의약품 유통은 제약사, 대형 도매상, 보험사 등 복수의 중개자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번 플랫폼은 “IT기반 가격개방” 모델로 불필요한 단계와 비용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화이자는 다빈도 처방약의 가격을 50~85% 인하하며, 아스트라제네카는 만성질환자 처방약을 최대 80% 할인한다. EMD 세로노 역시 불임치료제 분야에서 대폭 할인 정책을 도입한다.

 

시장에서는 대형 제약사가 정부와 직접 약가 협상에 참여한 배경에 주목한다. 글로벌 선진국 대비 약가가 월등히 비싼 미국은 대통령 직속의 최혜국 대우(MFN) 정책 하에 해외 저가판매국가 수준의 약가로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화이자가 700억 달러 투자를 전제로 TrumpRX 참여와 함께 3년간 의약품 관세 면제의 혜택을 받은 것도, 미국 정부와 제약사 간 상호 이익 조율의 일환이다. 뒤이어 아스트라제네카와 EMD 세로노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줄줄이 협상에 참여함에 따라, 미국 내 약가 구조 개혁 바람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플랫폼은 단순 가격 할인에 그치지 않고, 정부-제약사 직접 계약이라는 거래 방식을 제도화해 “글로벌 빅파마가 미국 약가 정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첫 사례”가 되고 있다.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국가 단위 약가 협상이 오래전부터 일반화돼 있으나, 미국은 시장가격제 기반에서 정부 개입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에 비해 TrumpRX는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공성과 가격투명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크다.

 

향후 관세·규제 정책과의 연계 여부도 기술 혁신 못지않게 주시된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TrumpRX 참여 제약사에만 한시적 관세 면제 특례를 적용했으며, 내년 약가정책 및 관세 시행 시기를 두고 제약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TrumpRX 상용화 시점이 미국 약가산업의 구조적 변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직접구매 플랫폼이 실제 환자 구매까지 확산할지, 미국 특유의 보험구조와 유통망—그리고 글로벌 IT/바이오 정책 변화가 어떤 새로운 균형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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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trumprx#아스트라제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