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쇠파이프 난무한 그날”…윤은혜·KCM, 피비린내 분노→진실 앞 무너진 침묵
가수 KCM과 배우 윤은혜, 채서진이 함께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재개발 현장의 비극적 진실을 마주한 순간, 촉촉이 젖은 눈가와 굳어진 표정에서는 충격과 분노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밤, 시청자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분노를 드러내며 그날의 참혹했던 기억을 다시 마주했다.
192회 ‘사라진 나의 집, 그리고 적준’에서는 1998년 서울 도원동에서 발생한 강제 철거 폭력 사건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부상으로 상처 가득한 철거민의 얼굴과, 쇠파이프와 중장비로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용역의 움직임이 화면을 뒤덮으며, 주거지 파괴라는 단어만으론 형용할 수 없는 잔혹함이 방송을 가득 메웠다.

윤은혜와 KCM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말을 잇지 못했고, 임신부와 어린아이에게까지 서슴없이 가해진 폭행, 조직폭력배 출신 용역의 잔혹한 행태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적준’이라 불리던 용역 조직이 당시 재개발, 시공, 폐기물 처리까지 독점하며 끔찍했던 민간 재개발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이 더욱 선명하게 각인됐다.
악명 높은 용역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진짜 피해자인 철거민들이 오히려 연행되거나 수배자로 내몰린 현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는 부당함은 출연자뿐만 아니라 시청자 모두의 가슴에 커다란 울분을 남겼다. 제작진은 1983년 민간 주도형 합동 재개발 제도의 도입 이후 어둠 성장한 용역 문화와, 공권력마저 회피하게 만든 사회 시스템 전반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방송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실을 의심케 하는 분노와 충격이 들끓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이런 내용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단순 공분을 넘어 우리의 도시와 삶에 남겨진 상흔을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이어지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감추인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라는 깊은 화두와 함께, 위로와 각성의 시간을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