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 거품 땐 경고”…만성신부전증, 조기진단이 산업 패러다임 바꿔
만성신부전증(만성콩팥병)이 첨단 바이오 분석과 디지털 건강관리 기술 발전 속에서 조용한 ‘확산’과 맞서고 있다. 의료계는 증상이 없어도 진행되는 만성신부전증의 특성상 조기진단의 경제사회적 파급력이 크다고 평가한다. 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만성신부전증 환자 수가 34만6518명에 달해, 4년 전 대비 33.7% 증가했다. 업계는 조기검진과 소변기반 진단의 대중화를 바이오 진단 산업의 전환점으로 본다.
만성신부전증은 신장이 손상돼 노폐물 정화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 이 질환은 전체 국민 중 7~8명 중 1명(약 12%)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며, 고령화와 만성질환 인구 증가에 따라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주된 문제는 신장 기능이 약 30% 이하로 저하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증상이 시작돼도 피로감, 두통, 가려움 등 비특이적 증상으로 오인되기 쉽다.

가장 중요한 조기경고 신호는 소변검사에서 드러난다. 신장 여과 기능이 저하되면 소변에 단백질이나 혈액이 섞이게 되는데, 이를 ‘단백뇨’(거품이 심한 소변), ‘혈뇨’(붉은색, 갈색, 검정색 소변)로 구분해 의료진이 감별한다. 특히 거품뇨는 소변 표면에 여러 겹의 두터운 거품이 생겨 변기에도 지속적으로 남는 양상이며, 고혈압·당뇨를 동반한 만성환자에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기적인 소변검사와 함께 유전체(게놈) 분석 등 첨단 바이오 진단 기술이 이른 단계 판별에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의 치료는 혈압·혈당 조절과 식습관 관리가 핵심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수용체 차단제, SGLT2 억제제 등 맞춤형 약물치료와 저염·저단백 식이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IT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제공하는 개인별 소변분석 서비스가 상용화되며,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과 연계한 조기진단 모델도 확장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의 일환으로 소변 및 혈액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조기질병 예측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AI 기반 진단, 센서 기술을 접목해 신장질환 조기탐지 정확도를 높인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진단기기 기업, 바이오벤처, 데이터 플랫폼 업계가 신장질환 스크리닝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표준화와 건강정보 보호, 의료진 판단에 따라 시행되는 추가 검사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식약처와 보건당국은 비특이적 거품뇨·혈뇨 검출의 정밀도 확보와 만성질환 스크리닝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서고 있다.
정종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단백뇨와 혈뇨는 신장질환 초기 신호로, 정기적인 소변검사가 매년 필요하다”며 “첨단 바이오 기술과 IT 기반 진단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관리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조기진단 기술의 시장 안착이 고관여 만성질환 대응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