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범죄 유죄 판결”…마드리드 법원, 비니시우스 인형 사건→피고인에 징역형 선고
차가운 새벽, 마드리드 외곽 다리에 걸린 검은 인형은 어둠보다 무거운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유니폼이 덮인 인형 아래엔 증오를 부추기는 현수막이 나부꼈고, 이른 아침을 지나치던 사람들은 묵직한 분노와 슬픔을 마주해야 했다. 인종차별이 갓을 벗고 경기장 밖 현실로 스며든 순간, 레알 마드리드와 라리가는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 법원은 17일, 라리가와 레알 마드리드 소속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겨냥한 증오 범죄 사건 피고인 4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2023년 1월 26일 열린 코파 델 레이 8강전 전날, 피고인들은 마드리드 발베데바스 인근 다리에 비니시우스의 유니폼을 입힌 인형을 매달고 “마드리드는 레알을 증오한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라리가 사무국은 신속히 사건을 신고했고, 폐쇄회로 영상과 경찰 수사로 피고인 4명이 모두 검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법원은 범죄의 동기와 그 의도, 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무겁게 받아들였다. 한 피고인에게는 증오 범죄 15개월과 위협행위 7개월 등 총 22개월의 실형, 그리고 1천만원이 넘는 벌금이 선고됐다. 나머지 3명 역시 각 14개월의 징역과 함께 11만원 상당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형 집행 종료 후 4년 동안 비니시우스와 그의 거주지, 훈련장 1킬로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함은 물론, 라리가 및 스페인축구협회 주관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종료 4시간 후까지 경기장 반경 1킬로미터 이내 접근도 불허했다. 피해 당사자인 비니시우스와의 연락 일체도 전면 차단됐다. 법률의 힘이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 앞에 한층 엄격해진 것이다.
라리가 사무국은 “이번 판결은 스포츠 현장에 만연한 증오와 차별에 대응하는 데 획기적인 진전”이라며 인종차별과 폭력 척결을 향한 강경한 방침을 재확인했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 역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함께 한 고소인은 구단의 가치와 스포츠 정의 수호의 상징”이라고 강조했고, 향후에도 비슷한 사안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 판결 이후, 스페인 축구계는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한층 강화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라리가와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사건을 분수령으로 삼아, 극복해야 할 과제와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등굽은 골목과 높은 담장 아래에도 정의는 내렸고, 인종차별의 그림자를 지운 판결은 축구가 전하고픈 평등의 가치를 새기게 했다. 마드리드의 어느 구장, 두 눈을 뜨고 꿈꾸는 젊은 선수들과 팬들은 오늘 판결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