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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금산분리 완화 상당한 의견 접근"…김용범, 독점 방지 전제 재확인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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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쟁과 경제 통계 충격이 맞물리며 대통령실이 연일 대응 수위를 조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인공지능 AI 등 첨단산업에 한정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의 진전을 확인한 동시에, 악화된 소득 분배지표를 두고는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내 보였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5일 브리핑에서 AI 산업을 비롯한 일부 첨단산업에 대한 금산분리 완화 논의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 상당히 많은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논의 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러 차례 관계 장관 회의를 했으며 각각의 입장을 두고 심층적 논의를 많이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AI 분야 금산분리 완화 논의는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를 접견한 자리에서 방향성을 제시한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는 범위에서, 또 다른 영역으로 규제 완화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AI 분야 금산분리 일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기존 규율 속에서, 첨단 기술 투자 촉진을 위한 예외 허용 가능성을 처음 열어둔 발언이었다.

 

김용범 실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재차 정리하며 전면 완화와 선을 그었다. 그는 "당시 대통령 발언은 일반적 금산분리 완화를 얘기한 것이 아닌, 독점 폐해가 없는 한에서 첨단산업 투자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산분리 원칙 자체를 흔드는 방향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규제 전면완화 가능성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는 그동안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자본 조달과 대규모 투자의 민첩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해 왔다. 다만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와 독점 구조 심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뚜렷해, 향후 구체적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과 금융 당국, 산업계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편 분배지표 악화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이전 정부 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통계가 보여준 수준에 상당한 충격을 표했다. 김용범 실장은 전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충격적 수치였다"며 "매우 슬프고 우울한 통계"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상·하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소득 분배지표가 뚜렷이 나빠진 양상을 보여줬다.

 

김용범 실장은 "2025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조사인 만큼 이재명 정부와는 관계가 없는 실적이긴 하지만, 분배지표가 뒷걸음질 친 정도를 넘어 최악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거듭 언급하며 현 경제 구조가 안고 있는 취약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성장과 분배의 괴리를 짚으며 "단순 성장률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됐다"며 "지난 정부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 정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기보다는, 현 정부가 향후 분배 개선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정리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와 소득 분배 악화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성장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여당은 첨단산업 투자를 위한 규제 정비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한편 분배지표 개선을 위한 정책 보완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고, 야당은 금융과 산업 자본의 경계 완화에 따른 독점 심화 가능성과 서민·중산층 부담 가중 문제를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이 AI 분야 금산분리 완화에 신중한 전향 기조를 내비친 가운데, 국회는 관련 입법 논의와 함께 분배지표 악화 원인과 대책을 두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향후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첨단산업 투자 촉진과 금융 안정, 소득 분배 개선을 함께 고려한 종합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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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이재명대통령#ai금산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