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 트럼프 급거 귀국 명령”…중동 현장 긴장 최고조→미국 중재 시험대
국제

“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 트럼프 급거 귀국 명령”…중동 현장 긴장 최고조→미국 중재 시험대

배진호 기자
입력

어둡고 무거운 구름이 테헤란의 하늘을 뒤덮은 새벽, 전운은 다시 한 번 중동을 휘감았다. 다섯 날, 밤과 낮을 거듭해 이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속에서, 도시마다 맴도는 공습 경보와 경계에 찬 시민들의 표정은 이 지역의 불안한 오늘을 웅변한다.

 

이스라엘군은 17일 새벽,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탐지해 전국적인 경계 경보를 울리며 위기감을 높였다. 수십여 발의 미사일과 드론이 남쪽 하늘을 가르며 이스라엘로 날아들었지만, 많은 수가 요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 이스라엘은 테헤란 한복판의 IRIB 방송국, 쿠드스군 사령부, 그리고 전략적으로 배치된 전투기 진지까지 공습하며 전면전을 알렸다. 13일에 개시된 이스라엘 공습은 이란 지대지 미사일 발사대 120기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할 정도로 양국의 맞불 보복은 끊이지 않는다.

테헤란 시내에서 치솟는 연기 / 연합뉴스
테헤란 시내에서 치솟는 연기 / 연합뉴스

양국의 피로 담긴 카운터는 서서히 올라 사망자는 250명에 이르렀다. 지난 15일 하이파만 정유시설은 미사일이 강타해 정유소 직원 3명이 다시는 삶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고, 이스라엘에서도 부상자가 600명을 넘어선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제거와 탄도미사일 생산 역량 무력화, 테러 조직 축출”을 이번 전쟁의 목표로 제시하며, 작전의 끝이 단순한 승리를 넘어 이란의 체제 변혁까지 겨누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 역시 굽히지 않는다. 핵 개발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이스라엘 공격이 멈출 경우에 한해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 의지를 내비쳤다.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보가 외교적 숨통을 막았다”며 유럽 각국과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주요 당사국인 프랑스와 독일,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이 중재에 나섰지만, 교착은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긴장 곡선이 더 가파르게 솟구른 계기는 바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결정이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일정을 접고 급히 백악관 귀국을 지시한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준비하며 “이란이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라는 엄명을 내렸다. 사회관계망을 통해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는 경고까지 덧붙이면서, 미국의 중재와 대응에 세계의 담박한 시선이 집중됐다.

 

단발로 끝날 기색은 발견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유력지들은 양측 모두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스라엘은 전략 표적을 통한 우회 압박 방식을 모색하지만, 지하 핵시설 타격에 필요한 벙커버스터 등 군사적 한계도 노출된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면하면서도 자국의 핵농축 권리만은 굽히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같은 미국 우방 공격은 자제하는 태도를 취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은 중동 전장의 향배를 얽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요엘 구잔스키는 트럼프가 전쟁 종결을 결단할 경우 이란 역시 휴전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켰다. 당시는 휴전 합의에만 여덟 해가 소요됐다.

 

지금 중동은 숨죽인 시간 속에서, 새로운 외교적 해답이 떠오를지 혹은 더 깊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위태로운 정적에 잠겨 있다. 국제사회와 당사국 모두 자제와 중재, 그리고 미래를 향한 냉철한 선택을 고심하는 심야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배진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스라엘#이란#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