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 삼풍 붕괴의 상흔에 눈물”…이웃집 백만장자, 나눔의 진짜 부자 고백→삶을 바꾼 선택
무대의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마음 저편에는 유리창 너머로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깊은 흔적이 번졌다. 당당한 걸음과 세련된 의상으로 세상을 누빈 밀라논나 장명숙은, 여전히 소리 없이 흘러온 눈물과 진심을 또박또박 건넸다. 진짜 부자란 나누는 사람이라는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오랜 시간과 선택의 의미가 시청자의 마음을 천천히 적셨다.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밀라논나 장명숙이 자신의 인생 곡선을 하나씩 꺼내 보였다. 1978년 밀라노로 유학을 떠나 세계적인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고, 클래스메이트였던 도메니코 돌체의 화려한 데뷔 소식에 감탄과 자신의 고민을 동시에 되새겼다. 한때 꿈꾸던 부티크의 로망 대신, 밀라논나는 두 아들을 국내 최고 명문 미술대학에 진학시키며 엄마로서의 헌신을 택했다. 그의 대답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이에 서장훈 역시 아들들의 이력을 언급하며 유쾌함을 더했다.

귀국 직후 밀라논나는 대학 강사, 국립극장·국립국악원 무대 의상 자문, 패션회사 고문 등 다양한 길을 거쳤다. 야구선수 이승엽이 2천만 원 연봉을 받던 시기에 그는 억대 연봉 디자이너로 주목받으며 국내 패션계의 신기록을 세웠다. 1986년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총괄을 맡으면서 디자이너의 노동 가치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국가의 예비비에서 최초로 디자인료를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곧 명품 브랜드의 국내 유입과 명품관 문화의 문을 연 장본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에게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찾아든 것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였다. 당시 고문으로 근무하던 밀라논나는 사고 당일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마음의 빚이 남았음을 고백했다. 희생자를 위한 100일 기도, 장기기증 서약, 해로운 음식과 화학약품을 피하는 신념까지 오롯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이 번 수익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며, 진짜 부자란 베푸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몸소 증명했다.
흔적이 굵게 남은 선택과 책임의 시간 속에서, 밀라논나는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나눔이 곧 진정한 성공임을 전했다. 나누며 살아온 그의 삶은 이날 ‘이웃집 백만장자’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이웃집 백만장자’는 매주 수요일 밤 9시 55분 EBS와 E채널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