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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 괴롭힘 반복 방치”…육군 12사단 GOP 신병 사망 사건, 선임들 항소심도 징역형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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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 인권 문제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점화됐다. 육군 1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신병 김상현 이병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법원이 부대 내 괴롭힘에 가담한 선임병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군인권단체는 이번 판결을 두고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10월 24일, 초병협박·모욕·강요·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모(23)씨, 민모(25)씨, 송모(23)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사와 피고인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은 김씨에게 징역 6개월, 민씨에게 징역 4개월, 송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사건은 2022년 11월 28일 발생했다. 김 이병은 부임 한 달여 만에 선임병 김씨의 강압적 전화질책을 받았고, 그로부터 약 40분 뒤 총기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조사 결과 선임병들은 초병협박뿐 아니라 “막사에 와서 할 말을 생각해 오라”, “죄송합니다 하면 각오하라”는 등 지속적 협박을 했다. 이번 판결문에서는 분대장인 하사 민씨 역시 웹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빗대 김 이병을 조롱했고, 송씨는 업무 미숙에 대한 질타와 괴롭힘을 반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부대 내 괴롭힘이 인권을 침해하고, 피해자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사 측은 “형이 가볍다”고 주장했고, 피고인들은 “일부 혐의는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맞섰으나, 재판부는 양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정치권과 인권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협박해 죽음에 이르게 한 중대성, 사회적 파장을 감안하면 턱없이 가벼운 처벌”이라고 논평했다. 또한 “장기간 아들을 냉동고에 두고 진상규명을 기다린 부모님 앞에 이번 판결이 단죄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 이후 김 이병의 장례는 2년 가까이 미뤄져 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국군수도병원에서 고인의 장례가 엄수된다. 같은 날 육군 12사단 GOP 33소초 앞에는 군대 내 인권침해 재발 방지와 추모의 뜻을 담은 추모비가 제막될 예정이다.

 

군 내 인권보장 대책 마련과 가해자 처벌 강화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과 군 당국 모두 이번 사건이 남긴 과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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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2사단#gop#군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