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베테랑의 마지막 춤”…라건아, 한국가스공사 선택→은퇴 앞둔 각오 드러내
낯익은 미소와 함께 프레스데이 현장에 들어선 라건아의 표정엔 오랜만에 찾은 집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짧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한국을 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한 라건아는 복귀의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터진 웃음만큼 남다른 각오가 묻어나는 자리였다.
라건아는 2012년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KBL 경력을 시작한 뒤, 2018년 귀화해 국가대표를 비롯한 다양한 순간을 한국 농구와 함께했다. 2023-2024시즌 부산 KCC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고도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던 그는, 중국과 필리핀 리그 경험을 더해 새 시즌 한국가스공사에 합류한다.

“여러 팀의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한국가스공사가 적극적으로 다가왔다”는 라건아는 “함께 뛴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 적응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공사는 피지컬이 강하고 몸싸움에 능한 터프한 팀이라 팀 컬러에 맞게 준비 중”이라는 자신감도 덧붙였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뜻을 풀지 못했지만, 라건아라는 자산을 더하며 반전의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강혁 감독은 “라건아는 이미 KBL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라며 “필리핀 리그에서의 기록과 외곽슛 능력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건강만 유지된다면 시즌 동안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 것”이라 기대감을 전했다.
베테랑의 무게를 더한 라건아는 “한국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기보다, 농구 인생을 시작한 이 무대에서 은퇴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귀화 선수 경력과 딸의 출생 등 모든 부분이 자랑스럽다. 여전히 애국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귀화 후 국가대표에서 자취를 감춘 후배 선수들에 대해 “은퇴 후에도 관련 분야에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KBL 도전을 추천했으나 거절한 외국인 선수도 있다”며, 귀화 후 국내 선수 자격과 관련된 아쉬움도 언급했다.
전 소속팀 부산 KCC에서 남아 있는 세금 문제에 대해선 “다음 달 초까지 직접 납부할 예정”이라며 “걱정보다는 오로지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시즌 라건아 합류 효과를 발판 삼아 전력 강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마지막 커리어 무대를 한국에 남긴 라건아. 그의 굳은 의지는 다시 한번 KBL 무대에 깊은 울림을 남길 전망이다. 익숙히 누벼온 농구 코트에서, 그는 새로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