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AI 칩 반전 드라마”…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들썩→AI·지정학 충돌에 투자심리 요동
뉴욕 증시의 심장은 다시 한 번 빠르게 뛰었다. 16일 밤, 맨해튼의 가로등과 월가의 빛바랜 건물 위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약속처럼 번져갔다. 반도체 업체 AMD가 내놓은 혁신적 AI 칩 소식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자극하자, 증시는 잊고 있던 활기를 되찾았다. AMD 주가는 하루 만에 8.8% 치솟아 5개월 만에 최고치(종가 126.39달러)를 새기며, 낡은 전광판의 숫자에도 희망이 스며들었다.
이번 반등을 이끈 배경에는 12일 개최된 ‘어드밴싱 AI’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신제품 AI 칩 ‘인스팅트 MI350’과, 이보다 한 걸음 더 앞선 내년 출시 예정 ‘인스팅트 MI400’이 있었다. 특히 수천 개의 MI400 칩이 한 몸처럼 작동하는 신규 랙 시스템 ‘헬리오스’가 첫선을 보이면서, AI 운용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기존에 엔비디아가 블랙웰 AI 칩을 내세워 내놓은 ‘GB200 NVL72’ 시스템과의 경쟁도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여기에 힘을 더한 것은 투자은행들의 잇단 긍정 평가였다. 파이퍼 샌들러는 AMD 목표주가를 140달러로 12% 이상 상향 조정하며, PC 시장의 노후화와 AI PC 수요, 관세 리스크 속에서 기업의 반등을 점쳤다. 모건스탠리 역시 MI400 성능에 대한 낙관을 피력하며, 신제품이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과 경쟁할 수 있다는 초기 평가를 보탰다.
이날 반도체 업종은 AMD의 강세에 힘입어 동반 상승을 연출했다. 엔비디아가 전일 대비 1.92% 오르며 144.69달러, TSMC와 브로드컴도 각각 2.17%, 1.92%의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하루 새 3.03% 오르며, 그간 눌려 있던 투자 심리마저 춤추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이 배경에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유동성,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 위험이 진정세를 보인 덕분에 금융시장의 불안요소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도체와 AI 시장의 빛 아래에는 여전히 어둡게 드리운 그늘이 있다. AI 칩 경쟁이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간의 산업 주도권 다툼, 지정학적 긴장·무역 규제 등 예측할 수 없는 파급 효과가 존재한다. 시장 전문가는 “AI 반도체 기술과 글로벌 리스크의 향방에 따라 투자 환경이 급격히 바뀔 소지가 있다”며 한층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반도체 업황은 신제품 성능 발표와 글로벌 정세 움직임에서 새 길을 찾고 있다. 21세기 기술 패권의 교차로에서, 미국 월가와 세계 투자자들은 다시금 반도체의 작고 빛나는 칩 위에 자신의 선택을 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