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소년의 갈림길 너무 귀하다”…문재인, 전직 대통령 첫 유튜버 행보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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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시선이 또 한 번 전직 대통령의 행보에 모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을 매개로 한 유튜브 채널에 고정으로 등장하기로 하면서 퇴임 후 행보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경상남도 양산 자택 인근 서점 평산책방의 공식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TV 첫 에피소드에 출연해 청소년 시집을 비롯한 도서를 소개했다.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과 활동을 전면에 내세운 유튜브 채널에 고정 출연자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첫 영상은 유튜브 운영자 김어준 씨가 이끄는 겸손방송국에서 제작했다. 영상에서 문 전 대통령은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마주 앉아 대담 형식으로 책을 소개했다. 그는 청소년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첫 추천 도서로 꺼내 들며 작품에 담긴 청소년들의 현실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는 집으로 간다에 대해 "앞으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라는 갈림길에 서 있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심정을 아주 솔직하게 토로한 시들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귀하다"고 말하며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연관 도서로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 시집으로 알려진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 등을 함께 추천했다. 한 권의 책을 넘어 청소년 시집의 계보와 의미를 짚으려는 구성이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영상은 탁 전 비서관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 전 대통령은 책을 고르게 된 배경과 기억에 남는 구절을 소개했고, 탁 전 비서관은 시와 청소년 문제를 화제로 삼아 문 전 대통령의 의견을 이끌어냈다. 정치 현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청소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첫 에피소드는 게시 이틀째인 18일 오후 5시 기준 조회수 3만5천 회를 넘겼다. 신생 채널임을 감안할 때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히 적지 않게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평산책방TV 측은 매주 월요일 새 에피소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고정 출연해 자신이 읽은 책과 추천 도서를 꾸준히 소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단발성 출연이 아니라 퇴임 후 일상과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창구로 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 전 대통령은 현재 경상남도 양산 평산마을 자택 인근에 자리한 동네 서점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활동 중이다. 직접 손님을 맞고 서가를 정리하며, 지방 소도시에서의 조용한 책방 일상과 정치에서 한 발 물러난 삶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유튜브 채널 출연은 평산책방 활동을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한 채 책과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는 점을 두고 조용한 퇴임 후 행보다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야권 지지층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유튜브를 통해 일정 부분 사회적 발언의 기반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번 채널이 정치 현안보다 독서와 인문 콘텐츠 중심으로 기획된 만큼, 당장 정국에 직접적인 파장을 주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병존한다.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이 문화·콘텐츠 영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문 전 대통령의 향후 영상에서 어떤 도서와 메시지가 다뤄질지 주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특성상 구독자 반응과 온라인 여론이 곧바로 수치로 드러나는 만큼, 정치적 해석이 뒤따를 여지도 적지 않다.

 

평산책방TV는 매주 새 영상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만큼,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는 책방지기 활동과 유튜브 채널 운영을 축으로 한 안정된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문 전 대통령의 콘텐츠가 향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지지층 결집이나 여론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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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평산책방tv#탁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