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서두르면 한반도 위태로울 수도”…브런슨 사령관, 신중론 강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두고 한미 연합군의 최고 수장과 한국 정부의 신중론이 맞부딪혔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8일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국방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과 한미동맹 현대화 등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맹 구조와 한국군 역할 변화, 국방비 증액 등 굵직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정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다면 한반도 전력의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은 언제나 ‘조건이 충족됐을 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이뤄지길 희망해왔다. 조건을 바꾼다는 것은 위험하다”며 신중론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단지 ‘했다’고 선언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한미 양국 모두에 이롭지 않다”며 “계획 변경을 원한다면 새로운 합의와 군사적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국군의 역할 확대와 중국·대만(양안) 문제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이 대만에 가면 한국도 간다는 식으로 기정사실로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동맹이 직면한 안보 환경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현재 동북아 지역은 핵무장 북한, 러시아의 북한 개입, 중국의 인도·태평양 위협 등 과거와 다르다”며 “적을 명명하진 않지만 북한이 가장 근접한 위협이며, 러시아와 중국 역시 전략적으로 연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두 나라가 이처럼 움직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전작권 전환 절차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3단계로 나뉘며, 현재 미래연합사 관련 FOC 검증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야외기동훈련이 부분 연기된 데 대해 브런슨 사령관은 “자연재해 등 상황에 따라 한국 국민의 필요가 있다면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며 융통성도 시사했다.
한편, 그는 전략무기 운용과 병력 현황에 관해서도 “병력 숫자보다 역량이 중요하다”고 했다.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공백을 5세대 전투기로 보완 중이라고도 언급했다.
한미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선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 군 통수권자와 직접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북한, 러시아와는 대비되는 매우 의미 있는 장면”이라며 “우리의 비대칭적 우위는 바로 동맹이며, 북한·중국·러시아가 가진 어떤 것보다 강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는 전작권 전환 시기, 한국군 책임 확대, 대만해협 유사시 개입 가능성 등 전방위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조기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보수 성향 인사들은 준비 태세와 동맹 구조를 들어 신중론을 내세운다. 전문가들은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전면적 동맹 검토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날 캠프 험프리스 간담회는 연합군 수장이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소통에 나선 첫 시도로, 한미동맹의 미래 논의가 한층 가시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와 군은 오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전작권 전환 일정, 동맹 역할 분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