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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저항성이 우울증 촉진”…성균관대 대규모 분석, 대사-정신건강 연계 규명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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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저항성이 우울증 위험도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국내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체의 세포가 인슐린 작용에 민감하지 못해 혈당 조절에 장애를 겪는 대사항진 증상으로, 기존에는 당뇨병이나 비만, 고혈압 등 신체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연구돼 왔다. 최근 연구는 이러한 대사 이상이 정신건강 영역, 특히 우울증 발병에도 뚜렷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해석을 더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업·의료계에서는 대사-정신 건강 연계성 자체를 환자 관리와 질병 예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대종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2011~2022년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2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은 23만3,000명의 성인 데이터를 장기 추적·분석했다. 연구팀은 인슐린 저항성의 지표로 HOMA-IR(Homeostatic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값을 활용해 네 그룹으로 피험자를 나누고, 우울증은 국제적 기준인 CES-D 척도를 통해 판정했다. 분석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가장 높았던 그룹의 경우, 다른 그룹 대비 우울증 위험이 약 1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당은 정상 범위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젊은 성인, 그리고 과체중 혹은 근육량 대비 지방량이 많은 하위집단에서 위험도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이번 연구는 고도화된 바이오 데이터 분석 기반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법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통계적 신뢰도가 높다. 실제 임상에선 인슐린 저항성은 주로 대사질환 조기 예측에만 쓰여왔으나, 해당 지표를 정신질환 위험군의 선별·관리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특히 전상원·조성준 교수 등 공동연구진은 이번 대사-정신 건강 연계 요인 규명을 계기로, 조기 개입과 예방적 건강관리의 실질적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는 인슐린 저항성과 우울증의 직접 연관성을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가 드물며, 유럽·미국에서도 아직 표준화된 진단·개입 기준은 확립되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이번 빅데이터 기반 분석은 인슐린 저항성의 예측지표를 임상 현장에서 정신질환 조기선별 지표로 전환할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글로벌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당분간 대사지표를 활용한 정신건강 예측 서비스, 의료 인공지능(AI) 기반 우울증 고위험군 선별 솔루션 개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 의료 시스템상, 인슐린 저항성은 주로 혈당 이상 혹은 대사질환에만 선별 검사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아직까지 우울증 등 정신질환 예방 관리의 표준진단지표로 공식 채택된 사례는 없다. 다만 산업계와 의료현장에서는 향후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나, 바이오마커 기반 정신질환 예측 서비스 발굴 등 후속 연구·사업화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오대종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 증대와 우울증 위험도 간 연관성이 세계 최대 코호트 기반 연구로 확인된 만큼, 대사-정신 건강 네트워크를 포괄하는 조기 개입 전략 수립이 의료 현장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슐린 저항성 지표를 활용한 정신건강 스크리닝 도입 시점에 따라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 지형이 새롭게 개편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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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종#강북삼성병원#인슐린저항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