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엘리오, 낯선 외로움이 품은 위안”…도미 시, 매들린 섀러피언 SF→관객 마음 흔들다→끝내 울림
창가에 앉은 아이의 눈빛은 우주 너머 어디쯤 희미하게 번지는 소망을 닮았다. 애니메이션 ‘엘리오’의 시작은 평범한 일상과 바깥세상의 끝 모를 거리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도미 시와 매들린 섀러피언이 담아낸 잔잔한 성장기는 어느새 소년의 외로움과 용기가 관객의 마음으로 스민다.
영화 ‘엘리오’는 부모 곁을 떠나 고모와 살아가는 한 소년이 모든 것에서 소외된 듯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감독 도미 시, 공동 연출 매들린 섀러피언은 자신의 어린 시절, 세상에 섞이지 못했던 시간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팬데믹 시기 작업진이 마주한 마음속의 고립과, 이해받지 못하던 10대 시절의 불안함까지도 함께 엮여 영화를 관통한다. 엘리오가 커뮤니버스라는 이질적 우주에서 색다른 존재들과 교류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은 감독 자신의 인생 여정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픽사가 내세운 SF는 익숙했던 공식에 머물지 않는다. ‘엘리오’는 차갑고 기계적인 우주가 아닌, 생명력이 흐르는 곡선과 자연의 미학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를 수놓는다. 심해생물, 곰팡이, 미생물에서 영감을 받은 신비로운 디자인은 기존 SF 장르 문법에 도전장을 내민다. 외계인과의 만남, 납치의 순간조차 공포가 아닌 반가움과 호기심으로 채워진다. 친구가 되는 외계 존재 글로든 역시 놀라운 반전을 품고, 모든 만남은 위협이 아닌 따뜻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중앙에는 우주에서조차 혼자일까 두려웠던 아이의 마음이 있다. 칼 세이건의 우주적 사유에서 가져온 질문 “우린 정말 혼자일까”가 영화 전반을 감싸며, 각자의 소외와 불안에 답을 건넨다. 도미 시 감독은 “우린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매들린 섀러피언 역시 “사람이란 결국 서로를 위로하는 존재”임을 재확인해준다. 익숙한 곳을 벗어난 아이의 작은 용기가, 결국 모두의 내면 깊은 곳을 건너 따스한 울림이 돼 돌아온다.
픽사의 ‘엘리오’는 절망과 소외, 그리고 결국 찾아오는 소속감과 희망이 한데 뒤얽혀 절제된 감동을 남긴다. 두 감독과 제작진이 그림과 이야기로 건네는 위로는 오랜 외로움의 밤을 딛고 새로운 관계와 자신을 찾아 나선 이들에게 아스라한 격려가 된다. 우주에 홀로 앉았던 소년이 마침내 친구를 얻고 하나의 공동체를 꿈꾸는 순간, 관객 역시 그 곁에 함께 머문다.
관계자들은 스크린을 통해 국내에 전해질 따스한 메시지에 큰 기대감을 표했다. 픽사의 새로운 시선이 담긴 ‘엘리오’는 6월 18일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과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