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수놓은 빛”…남원국가유산야행 축제, 고즈넉한 광한루의 새로운 매력
요즘은 밤 산책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해가 지고 나서야 진짜 문화와 이야기가 피어나는 시간, 남원에서는 더욱 특별한 밤이 펼쳐진다. 예전엔 어둠이 내리면 거리마저 쓸쓸해졌지만, 남원의 밤은 이제 은은한 조명과 설화, 음악으로 가득 차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축제가 됐다.
2025년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전북 남원 천거동 일대에서 열리는 ‘남원국가유산야행 축제’가 올해도 깊은 밤 남원을 환상의 빛으로 물들인다. 남원의 상징인 광한루원과 월궁장미정원, 사랑의 오작교 곳곳엔 황홀한 조명이 선명하게 빛난다. 낮에는 미처 볼 수 없었던 궁궐의 실루엣과 연못가의 그림자는 밤에야 비로소 이야기를 들려준다.

축제 기간, 밤하늘 아래 펼쳐지는 월궁연희 남원판타지, 견우직녀의 사랑이야기 등 전통설화가 실제 공간에서 생생히 그려지는 광경은 SNS에서도 인증 열풍이다. “내가 직접 주인공이 돼 설화 속을 걷는 기분”이라는 관람객의 후기도 이어진다. ‘도전 정직원달토끼’, ‘월궁유람단’처럼 직접 참여하는 체험, 삼신산 전통혼례와 무형유산 공연, 사진전까지 다채롭다. 남원의 깊은 역사가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먹거리 장터와 어우러져 여유로운 ‘머무는 여행’이 완성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남원시는 축제 방문객 중 야간 체류 인구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축제는 낮에 북적이지만, 남원의 야행은 밤이 깊을수록 더욱 사람들로 붐벼요. 외지인뿐 아니라 남원 주민들도 ‘우리 동네에 이렇게 아름다운 밤이 있었나’ 새삼 느낍니다”라고 현지 상인은 전했다.
문화기획 전문가 역시 “야행 축제의 본질은 낮과 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기억 만들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남원의 밤을 걸으며 우리는 과거와 현재, 사람과 사람이 조용히 어우러지는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밤의 광한루를 걷다 푸드트럭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연못에 비친 달을 본 순간,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는 경험담, “밤인데도 안전하게 가족이 함께 산책할 수 있어 좋아요”란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여행사 커뮤니티에서는 “머물고 노는 야행, 한 번 체험 뒤엔 꼭 다시 찾게 된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 축제는 잠시 머무는 풍경이 아니라 남원의 기억과 숨결, 그리고 밤과 빛이 주는 위로를 모두에게 선물한다. 어둠을 두려워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 남원의 밤은 새로운 문화의 ‘리셋존’이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남원의 야행은 올해도, 오래도록 빛으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