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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대규모 증산 단행”…이스라엘-이란 충돌 여파에 원유시장 ‘긴장’→유가 변동성, 누구의 전략인가
국제

“OPEC+ 대규모 증산 단행”…이스라엘-이란 충돌 여파에 원유시장 ‘긴장’→유가 변동성, 누구의 전략인가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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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의 사막 열기처럼, 중동 산유국의 결정은 세계 원유 시장에 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OPEC+ 산유국들이 4월부터 7월까지 137만 배럴 규모의 증산을 단행하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라는 지정학적 긴장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는 벼랑 끝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석유 시장은 그 흐름을 따라 혼돈과 위태로움을 오가고 있다.

 

올해 초반부터 유가 약세가 이어졌지만,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올해 4~6월에는 하루 13만8천 배럴씩, 5~7월에는 하루 41만1천 배럴씩 증산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4월에서 7월까지 누적 증산량은 총 137만 배럴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8월과 9월에도 같은 수준의 추가 증산을 모색하고 있어, 불확실성의 파도가 시장을 에워싸고 있다.

OPEC+ 4∼7월 137만 배럴 증산…이스라엘-이란 충돌 속 유가 변동성 확대
OPEC+ 4∼7월 137만 배럴 증산…이스라엘-이란 충돌 속 유가 변동성 확대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긴장도 쉽게 가라앉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 등을 겨냥해 선제적 공군 작전을 펼쳤고, 이란도 즉각적으로 미사일과 드론으로 대응하며 중동 하늘 아래 먹구름을 더했다. 이런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산유국들의 증산은 계속돼, 유가는 하룻밤 사이에 출렁이고 있다.

 

정치적 무대 뒤편으론 미국과의 미묘한 줄다리기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을 요청한 사실이 언급되었지만, OPEC+의 증산 결정이 군사적 갈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대두된다.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낼리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은 이란과 러시아,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군사작전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감산으로 유가 방어를 외쳤던 과거와 달리, 최근 OPEC+는 감산 정책의 한계와 시장 내 점유율 확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일부 회원국들은 이미 할당량을 넘어 생산을 늘렸고, 사우디는 자체적으로 감산 기조를 지켜왔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사우디의 증산 저변에 미국과의 기술 협력 등 전략적 의도가 놓였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동시에 클리어뷰파트너스의 케빈 북은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따른 공급 차질 완화와 러시아 제재 대응 등, OPEC+의 행보는 복합적 이해관계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처럼 겹겹이 쌓인 긴장과 산유국의 이해 충돌 속에 방향을 가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충돌이 추가로 발생할지, 산유국의 증산이 계속될지에 따라 유가와 시장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예견했다. 지금, 거친 사막의 바람과 함께 움직이는 원유 시장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모래폭풍 속에 서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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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