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태풍 예고”…여자배구, 샐러리캡 한계→이적시장 출렁인다
찬란했던 한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촌에는 묵직한 침묵과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한계가 점차 가까워진 연봉 상한선은 이름값보다도 숫자의 무게로 존재 이유를 재단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많은 선수들이 코트 바깥, 낯선 미래를 조심스럽게 응시하며 소속과 꿈을 저울질하는 계절이 열렸다.
2025-2026시즌 개막을 앞둔 여자프로배구는 그 어느 해보다 큰 변화를 준비 중이다. 구단들은 10월 18일이라는 선수등록 마감 시한을 앞두고 연봉 협상과 선수 선정 작업에 분주하다. 남녀부 14개 구단 모두 30일까지 선수등록을 마쳐야 하고, 명단에 오르지 못한 이는 이적 동의서, 은퇴 동의서 제출까지 의무가 됐다.

무엇보다도, 여자배구에서 연봉 합계가 29억 원(샐러리캡 20억, 옵션캡 6억, 승리수당 3억)으로 묶이며, 평균 소진율이 91.3%에 달하고 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등 몇몇 구단은 99%에 육박하는 집행률로 인해 냉혹한 감원이 불가피해졌다. 도로공사는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과 FA 계약 직후, 곧장 IBK기업은행에 1억 5천만 원 현금 트레이드로 보내며 셈법을 달리했다. IBK기업은행 역시 FA 육서영과 3억 원에 잔류 계약을 마쳤으나, 수치상 2명에서 4명 정도를 추가적으로 감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8억 원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구조조정 압력을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결국 비주전 또는 출전 기회가 적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거 이적 및 퇴단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은퇴와 맞물려 세터 이고은, 센터 이다현 영입에 힘을 실으며 코어 라인업 재정비에 나섰다.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이 직접 전력 분석에 매진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 정상화 방향을 검토하는 중이다.
반면 남자배구의 사정은 다소 여유롭다. 평균 연봉 소진율이 67% 선에 머물러 있지만, 대한항공만은 86.9%의 높은 집행률과 많은 선수 보유에 따라 일부의 은퇴와 자의 탈퇴가 예고되는 분위기다. 남자부도 2025-2026시즌부터 5년간 해마다 2억 원씩 샐러리캡을 감축하기로 잠정 합의해, 머지않아 구조조정의 그늘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 여름, 여자배구계에는 구조조정이라는 거센 물결이 불가피하게 밀려오고 있다. 각 구단은 6월 말까지 최종 명단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훈련과 새판 짜기에 돌입한다. 경기장보다 밖에서 더 뜨거운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는 이때, 여전히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이름이 어떤 구단의 유니폼에 남게 될지 배구 팬들의 마음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듯, 팀의 색채도 달라진다. 수치와 계약, 이적과 이별이 교차하는 배구의 여름이 다시 찾아왔다. 올 가을 시작될 새로운 시즌은 어떤 얼굴, 어떤 서사를 품게 될지, 그 시간의 문턱에서 팬들은 다가올 경기를 조용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