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180포인트 하락”…뉴욕증시, 지정학 리스크에 기술주 투자심리 급랭
6월의 두터운 밤, 미국 뉴욕증시에 급격한 어둠이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긴급 소집된 17일(현지시간), 메리카의 증시는 선명한 하락 곡선을 그렸다. 지정학적 위기가 기술주의 가파른 강세마저 꺾어놓으며,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하루 만에 극적으로 증폭됐다.
뉴욕증권거래소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50.39포인트 떨어진 5,982.72에 마감했다. 기술주의 심장부인 나스닥종합지수는 180.12포인트 밀려 19,521.09로 내려앉았고, 다우존스 지수도 299.29포인트 떨어지며 42,215.80을 기록했다. 특히 변동성의 상징인 CBOE 변동성지수(VIX)는 13.13퍼센트 오르며 21.62로 뛰어올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거세게 몰아쳤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18/1750195943631_689269784.webp)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타격 및 최고지도자 제거까지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리스크 회피 모드로 돌아섰다. 전운이 드리운 중동에서 국제유가는 4퍼센트 넘게 뛰었고, 에너지 업종만이 1퍼센트대 상승률로 선방했다. 반면, 소비재·헬스케어·소재업종은 1퍼센트 이상 빠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이날 가장 깊은 파도를 맞은 주인공은 시가총액 상위의 대형 기술주였다. 테슬라는 3.88퍼센트 내려 316.28달러로 주저앉았고, 엔비디아도 0.44퍼센트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A 모두 소폭이지만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팔란티어 테크,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 등 적극적 투자상품들도 일제히 밀려났다.
국경을 넘어 뉴욕증시에 투자를 집중해온 ‘서학개미’들의 움직임도 의미심장했다. 6월 16일 기준 미국 주식 상위 50종목 보관금액은 129조 1,150억 원으로 늘었으나, 이날 하락세로 인해 실질 수익률은 악화됐다. 테슬라는 보관금액 1위(30조 7,731억 원)를 기록하며 하루 새 3,450억 원이 유입됐으나, 3.9퍼센트 하락해 투자자의 손실 우려는 커졌다. 엔비디아도 2,747억 원이 유입됐지만, 주가 하락의 그늘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서 손실의 그림자는 더욱 짙었다. 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는 7.73퍼센트 급락했고,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도 1.99퍼센트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한층 위축됐다. 보관금액의 증가와 달리, 실제 계좌의 수익은 쉽사리 반전되지 않았다.
비관의 구름 아래에서도 방산과 에너지주는 위기의 방패가 됐다. 록히드마틴, RTX 등이 2퍼센트 가까이 상승했고, 엑손모빌과 셰브런도 1퍼센트 넘게 오르며 투자자들이 방산·원자재주로 몸을 실었음을 방증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업계는 세액공제 축소 우려에 정반대의 흐름을 탔다. 선런은 무려 40퍼센트, 인페이즈 에너지는 23.97퍼센트 폭락하며, 신재생에너지 테마주들은 가차 없이 짓눌렸다.
미국 5월 소매판매 지표마저 확연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소매·식품서비스 부문은 0.9퍼센트 감소해 소비 위축을 드러냈으나, 내구재 위주의 컨트롤 그룹은 오히려 0.4퍼센트 증가해 경기 침체와 회복의 실마리가 뒤엉켰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다시 닫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22원 뛰어 1,381원에 마감됐다. 이른바 환율 리스크가 겹겹이 쌓이면서, 해외투자에는 또 하나의 부담이 더해졌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7월 기준금리 동결에 85.5퍼센트의 무게를 두고 있다. 아직 연준의 긴축 기조 변동은 감지되지 않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가 발언이나 군사적 움직임이 현실화된다면, 통화정책의 흐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불안이 살아 숨쉬고 있다.
격변의 하룻밤이었다. 기술주, 고위험 ETF는 급작스런 하락을 맞았고, 투자자의 불안은 점점 넓어졌다. 방산·에너지주의 단기 반사이익, 금융시장의 변동성, 실질적인 환차손 노출 등 국내외 투자자 모두에게 경계의 언덕이 솟구치고 있다. 이번 뉴스를 통해 투자자들은 세계의 정세와 경제의 실핏줄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시장의 파도 앞에서,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은 더더욱 소중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후 발언, 그리고 중동 지정학 위기의 추가 국면이, 다음 장의 금융시장 흐름을 예고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