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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모넬라균 내성 구조 규명”…국립암센터, 항생제 신약 개발 물꼬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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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모넬라균의 항생제 내성 원리를 풀어낸 연구가 차세대 치료제 개발의 전기를 예고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와 서울대학교, 아주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X선 결정학을 적용해 식중독 원인균인 살모넬라가 어떻게 항생제에 생존하는지 단백질 구조 차원에서 규명했다. 업계는 이번 연구를 항생제 내성 및 항암제 내성 극복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살모넬라균 내 독소-항독소 단백질 복합체(ResTA)의 3차원 실체를 최초로 분석했다. 특히 ResT 독소 단백질이 세균이 항생제 환경에 노출될 때 ‘지속성 균주’를 만들며 생존에 관여함을 밝혀냈다. X선 결정학은 원자 단위로 단백질 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분석법으로, 기존 단백질 구조 예측 방식보다 실험적 정확도가 높다.

ResT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균을 조사한 결과, 세포 내 ATP(아데노신 삼인산)가 과다 축적돼 균이 항생제 공격 하에서도 세포 기능을 유지하며 살아남는 현상이 발견됐다. ATP는 생명체 에너지 저장·전달 분자로, 해당 균주가 내성을 갖추는 핵심 생물학적 신호로 작용한 셈이다. 이번 발견은 지속성 균주를 표적으로 삼는 신약 물질 설계와 내성 재감염 차단전략 구상에 직결된다.

 

지속성 균주는 유전자 변이 없이도 항생제를 견디는 세균으로, 치료 이후에도 체내에 잔존해 재감염 또는 내성균 전환의 주요 인자로 지목된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영양 결핍, 산화 환경, 대식세포 침입 등 다양한 스트레스 조건에서 쉽게 지속성 균주를 형성하는 특성이 있어, 국내외 감염 관리 체계에도 경계 대상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글로벌 약학 분야 최고 권위학술지인 ‘드럭 리지스턴스 업데이트즈’ 온라인판에 게재돼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항생제 내성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가운데, 한국 연구진의 구조 생물학적 접근은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장석원 국립암센터 연구원은 “ResT 단백질이 세포 내 에너지를 축적해 균 생존을 돕는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며 “해당 메커니즘은 항암제 내성 극복 및 신약 파이프라인 설계에도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단백질 구조 규명이 실제 신약 소재 발굴, 내성균 제어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혁신에 더해 산업 구조·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내성균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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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살모넬라균#항생제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