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 김포 막국수 향연”…정직한 땀방울, 깊은 울림→도심에 스민 따뜻한 기억
화창한 아침, 김포의 한 막국숫집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뒷모습은 평범하지만 단단했다. SBS ‘생활의 달인’은 익숙한 공간에 스며든 특별한 손길의 기록을 따라가며, 음식 한 그릇 너머에 숨겨진 신념과 시간의 의미를 조명했다. 작은 면발 위로 얹힌 김가루와 양념장은 단출하지만, 그 속에는 평창 진부면 고산지대에서 뿌리내린 비법과 평생을 바친 손끝의 기술이 담겨 시청자의 시선을 머물게 했다.
김포 막국수의 진짜 깊이는 평창의 원조 스승에게서 전수받은 간장, 열세 가지 국산 재료, 기계 없는 손반죽을 통한 정성 위에 탄생한다. 단순한 비주얼 이면에는 묵직하고 복합적인 맛이 감돌았다. 한 번 다녀간 손님들이 한결같이 “집에 가면 또 생각난다”고 되뇌는 이유도, 결국 소란 없는 장인의 하루와 그가 들려주는 인생의 농도 때문이었다.

요구르트 생산 라인의 달인 이경숙은 첨단 자동화가 깔린 생산현장 한복판에서 스스로의 감각에 모든 것을 건다. 셔터음처럼 반복되는 뚜껑 소리, 미묘하게 흔들리는 공기 속 이질감조차 놓치지 않는다. 하루 150만 개, 누적 500억 병이라는 숫자 속에서도 그녀가 지키는 완벽함이야말로 가장 값비싼 품질임을 ‘생활의 달인’은 보여준다. 불량품이 생기지 않도록 끝내 손을 거두지 않는 태도로, 이경숙은 매일 새로운 시작을 만든다.
프랑스 출신이지만, 부천 골목의 빵집에서 아틀라니 프랑크 달인은 바삭한 껍질 아래 숨겨진 촉촉함을 선물한다. 빵을 찢는 소리와 먼지처럼 흩어지는 고소한 향. 밀가루, 물, 소금이라는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사람들의 하루가 다정하게 쌓여간다. 짧은 시간으론 닿기 힘든 세밀한 반죽, 집중력 속에서 프랑크 달인의 정성과 고집이 빛난다.
초저가 달인인 정광자 역시 만 원 한 장으로 누리는 여유와 여운을 연결한다. 옷 한 벌, 갓 구운 빵, 뜻밖의 역사 공간까지.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선 ‘가심비’로, 시청자들은 보이지 않던 일상의 온기를 다시 발견한다.
구석진 바닥에서 돌고 도는 거대한 기계들, 작은 골목의 새벽, 손끝마다 내려앉은 묵은 습관. 진정한 달인은 이름 없는 무대에서, 묵묵히 삶의 맛을 빚어낸다. 한 그릇의 막국수, 한 조각의 빵, 작은 요구르트 한 병이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물들인다. 평일 저녁, 시청자들은 ‘생활의 달인’ 984회가 포착한 평범하지만 눈부신 하루에 다시금 감동을 머문다.
개성 넘치는 김포 막국수와 이경숙의 요구르트, 아틀라니 프랑크의 부천 빵까지 담아낸 이번 ‘생활의 달인’ 984회는 5월 26일 월요일 밤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