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수면 위로”…이명현 해병특검, 윤석열 지시·구명로비 의혹 집중수사
채상병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해병특별검사팀과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정면 충돌했다. ‘VIP 격노설’을 두고 양측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그 실체가 2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핵심 회의 참석자 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목격했다고 진술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31일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민영 해병특검보는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던 국가안보실 관계자 5명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특검팀은 당시 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실제 있었다는 점을 사실상 결론 냈다고 설명했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하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조사결과를 바꾸도록 질책했다는 의혹이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폭로로 처음 알려졌으나, 회의 참석자들은 법정과 청문회에서 해당 사실을 부인해왔다.
특검팀은 관련 인사 전원을 소환 조사했다.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11일),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14일),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15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25일), 조태용 전 실장(29일) 등 당시 안보실 소속 5명 모두가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조태용 전 실장과 임기훈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 후 이종섭 전 장관에게 회의실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고 질책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박정훈 대령이 최초 폭로한 ‘VIP 격노설’은 특검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실체가 입증된 양상이다. 특검팀은 이명현 특별검사를 중심으로 그 발단에 놓인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채상병 사건 국방부 재검토 과정에서 대통령실 외압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채상병 사망 사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경위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 주목하며, 김건희 여사 측근과 사법연수원 동기 등이 로비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이종섭 전 장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압수하며 대통령경호처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로부터 자료도 제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기록을 군이 무단 회수하고, 혐의자에서 임 전 사단장 등이 제외되기까지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도 중점 수사하고 있다. 이날 특검은 사건기록 무단 회수에 관여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전날에는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을 각각 소환해 확인했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이번 특검 수사가 ‘VIP 격노설’을 둘러싼 2년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 특검은 구명로비 의혹과 외압 지시 수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며, 특검 수사 경과에 따라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주요 기관의 정치적 책임 문제와 정국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