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초의 이별”…정지민, 세계선수권 암벽 스피드 4위→한국 최고 성적
암벽 정상 앞, 손끝과 터치패드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한 경기장의 숨결도 팽팽했다. 정지민은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을 가득 메운 수천 관중의 응원을 뒤로하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0.04초의 미세한 시간차가 승부를 갈랐다. 정지민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접전 끝에 6초38을 기록했으나, 단 한 번의 손짓이 모자라며 시상대 문턱에 멈춰섰다.
정지민은 9월 24일 열린 2025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서울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피드 부문에서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예선 3위 출발 이후 16강에서 멍스쉐를 6초55로 제압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고, 8강전에서는 친위메이를 6초36으로 따돌렸다. 준결승에서는 압박감 속 두 차례 미끄러지는 실수가 아쉬움을 남기며 8초00,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극에 달했다. 정지민은 중국의 줘야페이와 마지막까지 추격전을 펼쳤으나, 터치패드 도달 순간 0.04초 차로 메달 획득이 좌절됐다. 이날 정지민은 한국 선수 중 최고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 여자 스피드 정상에는 알렉산드라 미로슬라프가 올랐다. 미로슬라프는 결승에서 6초03을 기록, 종전 세계기록인 6초06을 0.03초 앞당기며 통산 세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덩리쥐인, 동메달은 줘야페이에게 돌아갔다.
정지민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중석도 아쉬움 속에서 따뜻한 격려와 차기 도전을 기대하는 박수를 보냈다.
세계선수권 이후 이어질 주요 일정과, 파리 올림픽 이후 종목별 국제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이어진다. 이날 서울 케이스포돔을 뒤덮은 숨결만큼, 스포츠클라이밍의 다음 역사는 조용한 기대 속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