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슈게이징 독백 빛났다”…불꽃놀이 밑에 파란 청춘→진심의 서사 번졌다
윤슬이 일렁이는 방안에서 시작된 공원의 목소리는 어느새 자유로운 내면의 불꽃으로 번졌다. 싱어송라이터 공원, 본명 박시은은 첫 EP ‘01’에 슈게이징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물결을 실어 한 편의 청춘 서사시를 완성했다. 노을빛으로 스민 공원의 보컬과 빈티지한 질감, 슈게이징 사운드가 어우러진 다섯 곡은 각기 다른 서사를 품으며 청춘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앨범은 전통적 슈게이징 계보의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과 슬로우다이브 색채에, 공원만의 담백한 청량감을 얹었다. 타이틀곡 ‘불꽃놀이’는 강렬한 드럼과 노이즈에 여러 번의 가사 다듬기를 거쳐 허무와 담담함, 그리고 순간을 사는 청춘의 숨결을 포착했다. ‘문’, ‘윤슬’ 등 수록곡마다도 공원의 목소리는 슈게이징 특유의 두터운 사운드와 융화돼 악기와 하나 되는 듯한 깊은 음악적 몰입을 드러냈다.

공원은 음악의 뿌리를 80~90년대 한국 발라드에서 찾았다. 유년기에 김동률, 유재하 곡을 반복해 들으며 가족의 음악 사랑을 자연스럽게 전수받았고, 교회 연주와 오디션 경험을 거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담아낼 갈증을 슈게이징 색채로 해소했다. “슈게이징도 틀에 박힌 장르가 아니라 순간의 빛, 윤슬처럼 설레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내성적 자아가 음악 안에서 자유로워지는 경계의 한가운데서 탄생한 진심이었다.
앨범 프로듀싱 과정은 다양한 사운드 실험으로 가득했다. 데일로그 프로듀서의 이끌림과 파란노을의 편곡 참여가 만나 슈게이징 사운드의 새로운 지점을 건드렸다. 첫 트랙 ‘윤슬’은 물 위에서 영감을 받았고, ‘문’은 방안의 답답함 속 끝내 열리는 출구를 향한 갈망을 전했다. 보너스 트랙 ‘01’에서는 가공 없이 드러난 보컬이 자기고백과 자유를 또렷이 담아냈다.
공원은 “슈게이징을 알게 된 뒤로 한없이 자유로워졌다”며 앨범 제작을 통해 창작의 벽과 본연의 자신을 뛰어넘는 순간들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나아가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과, 듣는 이에게 쉼과 해방을 주는 음악을 만들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도 내비쳤다.
모든 곡에서 흘러나오는 둔중한 기타와 노래, 그리고 담백한 진심은 누구나 잠시 머무는 방 안에서 자기만의 불꽃놀이를 피우게 하는 힘을 전했다. 슈게이징의 여백 안에 번진 청춘의 고백, 그 자유와 감성은 공원의 사운드를 따라 긴 여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