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색 정장에 포승줄 출석”…조태용,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피의자 조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및 해외 도피 의혹을 둘러싸고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다시 정면으로 맞붙었다. 범인도피와 직권남용 혐의로 특검 7차 소환조사가 진행되면서, 주요 인물들의 육성 진술과 사실관계가 재차 쟁점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이명현 특검팀은 18일 오후, 서울에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실장은 호송차에서 내려 "성실히 조사 잘 받겠다"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감색 정장 차림에 포승줄을 찬 채 출석해 현장에서 긴장감을 높였다.

이번 조사는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를 둘러싼 구체적 역할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조 전 실장에게는 범인도피와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가운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사 임명 지시가 있었는지’ ‘방산공관장 회의를 귀국 명분으로 기획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조 전 실장은 관련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조사실로 직행했다.
앞서 조 전 실장은 지난 12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됐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그가 2024년 12월 계엄선포 당시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은 정황을 들어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추가로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조 전 실장의 진술과 교차검증을 시도했다. 16일에는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며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배경, 안보실 및 외교부·법무부에 내려진 지시사항 등을 집중 캐물은 바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은 출국금지 상태였던 그가 2023년 3월 돌연 호주대사로 임명돼 대사 부임 직후 출국금지가 해제되고, 11일 만에 국내 여론 악화로 귀국한 사건이다. 특검팀은 당시 안보실이 방산공관장 회의를 기획해 귀국을 유도했고, 대사 인사 검증·지시까지 청와대 라인 전반이 개입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전 실장에 대한 연이은 강제수사가 국민적 의혹 해소는 물론, 윤 전 대통령 수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사실관계 확인 전 불필요한 추론을 경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검팀은 내주 초까지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마치고 기소 대상자를 추려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정치권은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 의혹을 둘러싸고 주요 인사의 기소 및 재판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