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간호사 대규모 이탈”…대한간호협회, 인력 불균형 심화→지속가능성 위기 고조
대한간호협회가 최근 발표한 통계를 통해 국내 간호 인력의 경력 단절과 현장 유입 간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신규 간호사가 7만 여 명 배출됐지만, 병원 현장에 실질적으로 남아 근무하는 인력은 그중 41%에 불과했다. 경력 간호사의 이탈이 전체 신규 인력 규모의 60%에 이르면서, 국내 간호사 인력 구조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간호사 인력의 순환 고리는 해마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병원에 남지 못한 경력 단절 간호사는 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규모 전공의 사직 사태와 더불어 병원 경영난이 맞물리면서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신규 채용 증가율이 2024년 5.19%에서 2025년 1.92%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채용 시장의 위축은 신규 간호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중소병원과 종합병원으로 흡수되는 구조를 낳았지만, 이들 기관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2025년 종합병원 간호사 수가 전년 대비 7.57%(7156명) 늘었음에도, 인프라 부족과 낮은 임금, 과중한 업무 등 만성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력 간호사 이탈의 구조적 원인에는 법적 인력 기준의 부재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간호사 대 환자 수에 대한 법제화가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안팎에서 높다. 또, 병원 규모별 임금·근무환경 격차,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신규 인력, 그리고 지역별 인력 분배 불균형 역시 구조적 한계로 지목된다. 경기도는 2024~2025년 간호 인력이 6.14% 증가했으나 세종시는 오히려 0.46% 감소하는 등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는 법적 인력 기준 설정, 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화, 공정한 보상체계 마련을 골자로 한 입법과 정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단호하다. 한 간호대학 교수는 “간호사의 역할은 커졌지만 이에 상응하는 권한, 보상은 미흡하다”고 진단하며, 단순 인력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 없이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과 현장 안정성이 요원하다”고 강조한다. IT와 바이오를 아우르는 첨단 의료 현장에서도 인력정책의 과학적 설계와 지속가능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