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역 배우, 캄보디아 납치범 공모”…성인방송 강요 피해 드러나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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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단역 배우 겸 모델로 활동 중인 A씨가 캄보디아 범죄 조직과 연계해 한국인을 현지로 유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 범죄를 넘어 SNS 및 온라인 채용광고 등을 통한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21일 프놈펜 일대에서 현지 교민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된 피해자 B씨는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는 모집 글을 보고 캄보디아에 입국한 직후 범행에 휘말렸다. B씨가 공항에 도착하자 배우 A씨가 직접 마중을 나가 시아누크빌의 한 아파트로 이동시켰으며, 이곳에서 남성 3명에게 여권과 휴대전화 등을 빼앗기고 성인방송 진행을 강요당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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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감금 중 방송 시청자를 상대로 후원금을 요구하도록 압력을 받았고, 벽에 실적표가 붙어 목표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가족들이 연락이 두절된 것을 이상히 여겨 현지 교민들과 함께 수색에 나서면서 구출이 가능했다. 당시 모델 겸 배우 A씨는 범죄조직에 500만 원을 받고 피해자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을 무대로 한 한국인 대상 감금·금품 갈취 사건이 최근 급증 추세다. 고액 알바, 통역 구인 등 허위 채용공고를 미끼로 한국인을 해외로 유인해 감금한 뒤 불법 사이트 생방송 등 범죄에 강제로 가담시키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유사 사례는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온라인상 취업 사기와 범죄조직 연계 파악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현지 내 한인 안전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를 발령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증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외 취업 및 단기 고수입 아르바이트 모집글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수사당국의 온라인 범죄 연계 실태 파악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동시에, 피해자 지원 체계 강화 및 가족·교민 사회의 협조가 구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조명받고 있다.

 

이 같은 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경찰과 외교당국의 합동 수사 및 제도적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구조의 여운을 남긴 채, 해외 인신매매 및 취업사기 범죄의 확실한 ‘차단 장치’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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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캄보디아#성인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