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국 지도자 모두 실용적”…한일 정상회담 후 셔틀외교 재개 시사

오승현 기자
입력

한일 과거사 문제와 한반도 안보 이슈가 다시 정치권의 중심에 섰다. 10월 31일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실용적 협력과 솔직한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노출됐다.  

 

이날 일본 내각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웃 국가라면 자연히 여러 어려운 사안들이 있게 마련”이라며 “적절한 때가 되면, 만약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면 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리라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모두 실용적인 정치인임을 언급하면서 “우리(한일)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일 관계가 실질적 협력 위주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상회담의 분위기 역시 비교적 우호적으로 전해졌다.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좋은 개인적 관계를 형성했고 훌륭한 출발을 했다”며 “셔틀외교를 지속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이 앞마당을 공유하는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가족처럼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식 역시 드러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서로의 생각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매우 기뻐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과거사보다는 국제정세 변화와 통상환경 속 협력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측은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해 같은 이해와 견해를 공유했다”고 밝혔으며, 양국이 셔틀외교의 지속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후 정상급 교류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 정상회담은 일본 지방 도시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북러 협력, 북중러 정상의 전승절 참석 등 최근의 동북아 안보 환경 변화 관련 질문에는, 이 관계자는 “한일과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평화롭고 안정적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상황 격화를 원하지 않도록 “중요한 대화와 충분한 억지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합의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과 관련해서는 “타국 간의 합의나 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 양국이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안보 및 통상 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신중하되, 실용 협력과 한미일 공조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오승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다카이치사나에#apec정상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