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트 완승 임재영 각인”…대한항공, 6번째 정상→남자부 최다 우승 신화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을 가득 채운 함성 속에서 대한항공 선수단은 세트마다 거듭된 위기를 뚫고 마침내 자신의 시대를 각인했다. 임재영의 묵직한 서브 에이스, 한선수의 노련한 운영, 그리고 이어지는 블로킹은 숨 막히는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마다 빛났다. 마지막 세트를 장악하자 대한항공은 코트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환희에 젖었고,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그 서사를 함께했다.
대한항공은 20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0(25-21 25-23 25-16)으로 완파했다. 이번 승리로 대한항공은 202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우승기를 들어 올렸으며, 상금 5천만원을 차지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통산 6번째(2007, 2011, 2014, 2019, 2022, 2025년) 컵대회 우승을 달성했으며, 현대캐피탈(5회)을 넘어 남자부 단독 최다 우승팀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반면 OK저축은행은 2023년에 이어 준우승에 머물렀고, 상금 3천만원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승부는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1세트 중반 18-19 상황에서 김민재와 김규민이 각각 전광인, 송희채의 공격을 연속 차단하며 분위기를 굳혔다. 이어 김준호의 블로킹으로 22-19까지 점수 차를 벌린 대한항공은 철벽 같은 수비력으로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 역시 마지막까지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19-19에서 김민재의 블로킹으로 리드를 잡았고, 22-21에선 송희채의 범실까지 더해지며 24-22까지 치고 나갔다. OK저축은행은 뒷심을 발휘해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으나, 신장호의 서브가 네트를 넘기지 못해 2세트도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3세트 들어 양 팀은 14-13까지 팽팽하게 맞섰으나, 대한항공은 김규민의 속공, 임재영의 오픈 공격, 한선수의 블로킹으로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한 대한항공은 25-16으로 마지막 세트의 문을 닫으며 감격의 우승을 자축했다.
이날 임재영은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 양 팀 합계 최다인 15점을 올려 공격의 중심에 섰다. 김준호와 서현일 역시 각각 13점씩 더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OK저축은행에서는 송희채가 12점, 신장호가 11점을 올렸으나 후반 집중력에서 대한항공에 미치지 못했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는 이날 기자단 투표 34표 중 16표를 받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상금 300만원의 영예를 안았다. 김준호는 라이징스타상을, OK저축은행 전광인은 준우승팀 수훈선수(MIP)로 각각 100만원씩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는 FIVB 규정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자국 대회를 치르지 못해,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 쿼터, 그리고 국가대표 엔트리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하는 파행 속에 진행됐다. 초청팀 결원 등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여섯 번째 별을 달며 한국 배구사에 값진 발자국을 남겼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는 대한항공의 새로운 역사를 응원하는 환호와 박수가 오래 남았다. 이번 우승으로 대한항공은 컵대회 남자부 최다 우승 신기록을 단독 보유하게 됐으며, 다음 일정은 차분히 공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