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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1984의 불멸 심장”…라콩브, 255골 전설→알츠하이머와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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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1984의 불멸 심장”…라콩브, 255골 전설→알츠하이머와 작별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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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미소로 마지막 시간을 지켜낸 프랑스 축구의 전설이 17일 세상을 떠났다. 베르나르 라콩브는 유럽 정상에 올랐던 1984년, 그 벅찬 순간의 주역으로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환호의 그라운드와 허공을 가르던 그의 왼발은 이제, 긴 투병의 고요함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1952년 프랑스 빌푸랑슈르손에서 태어난 라콩브는 1969년 올랭피크 리옹에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9시즌 동안 공식전 274경기 153골로 팀의 중심에 선 뒤, 생테티엔을 거쳐 8년간 보르도 유니폼을 입으며 318경기 142골을 더했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남긴 총 497경기 255골의 기록은 델리오 오니스에 이어 역대 2위. 프랑스 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38경기 12골을 터뜨리며 이름을 각인시켰다.

“유로 1984 우승 주역”…라콩브, 알츠하이머 투병 끝→향년 72세 별세 / 연합뉴스
“유로 1984 우승 주역”…라콩브, 알츠하이머 투병 끝→향년 72세 별세 / 연합뉴스

라콩브의 진가는 유로 1984 결승에서 빛을 발했다. 스페인과의 결승전,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프랑스의 2-0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비록 득점 기록지는 비워두었지만, 후반 35분까지 쉼 없이 뛰며 프랑스 대표팀 역사상 첫 유럽 정상 등극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지도자 시절에도 라콩브는 친정팀 리옹의 감독으로 재임하며 후배들에게 영감을 전했다. 2000년까지 선수와 감독으로 보낸 시간은 리옹 팬들의 기억에 깊은 온기를 남겼다. 마지막 행보는 아픔과 함께였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올 초부터 병원 치료에 들어갔으며, 끝내 다시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프랑스 축구계와 리옹, 보르도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멸의 심장"으로 기억될 그의 길에 애도를 전했다. 프랑스 축구대표팀과 리옹 구단은 공식 애도 성명에서 "라콩브의 족적은 세대를 넘어 남을 유산"이라며 깊은 추모를 표현했다.

 

바람이 스치는 경기장, 그라운드 한편에 새겨진 이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치열했던 경기, 환호와 고요의 밤을 지나 라콩브는 프랑스 축구사 가장 찬란한 계절의 한가운데 빛으로 남았다. 그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새로운 세대에게 전해질 것이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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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콩브#프랑스축구#리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