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AI 협의체 정례화”…정부, APEC 협력 체계 강화 신호탄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글로벌 산업 질서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내 디지털·AI 고위급 협의체의 정례화를 주도하며 역내 기술 협력의 구조적 기반을 마련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4일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 성과 브리핑에서 “APEC 회원경제 간 지속가능한 협력을 위한 공식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이번 결정은 공동연구와 국제 표준화 협력 등 다양한 실질적 프로젝트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 같은 조치가 ‘디지털 주도권 경쟁’에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APEC 회원국들과의 협의 끝에 디지털·AI 분야 고위급 협의체 정례화를 공식화하고, 정보통신실무그룹(TELWG)·디지털경제운영그룹(DESG) 등 기존 협의채널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공동연구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한 차원 높은 정책적 합의를 바탕으로 기존 실무 논의 차원을 넘어 장관급의 직접 소통 및 전략 수립으로 격상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4일 채택된 장관선언문에는 ‘모두의 번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디지털·AI 전환’이라는 비전과, 기술을 통한 국제 도전과제 해결, 신뢰 기반 디지털 생태계 구축 등 공동의 목표가 명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이 APEC 역내 기술 협력 체계의 공식적 틀을 확보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AI 및 디지털 혁신 기술의 현장 적용과 함께, 회원국 간의 표준 개발·추진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실효성을 높일 전망이다. 실제로 초국경적 데이터 이동, AI 신뢰성 검증,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원국 공동의 접근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인 기업과 개발자들은 기술정책의 조화와 일관성을 통해, 글로벌 진출 및 현지화 전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구도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APEC 차원의 정책 공조가 경쟁국 대비 차별화된 협력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백악관, 중국 산업정보화부, 그리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엔비디아, AWS, SK, LG, 메타 등 빅테크 및 국내 대표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민관의 실질 협력전선이 확대된 것도 이번 행사의 특징이다. 유럽연합(EU)의 AI Act와 같이 각국의 규제 환경이 엄격해지는 시점에서, APEC 내 체계적 소통 및 공동규범 마련은 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책·윤리 측면에서도 이번 장관선언문에는 데이터 보호, 신뢰 가능한 AI 활용, 그리고 디지털 접근성 강화 등 산업과 사용자 모두에게 중요한 원칙이 포함됐다. 이로써 회원국 간 정책 우선순위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합의를 이루어냈다는 점은 국제 공감대 강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APEC 디지털·AI 협의체의 공식 출범이 역내 기술 혁신은 물론, 글로벌 디지털 질서 재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오는 5일 개최되는 세계은행과의 글로벌 디지털·AI 포럼 등 후속 행사를 통해 민간과 국제기구 협력이 이어질 계획이다. 산업계는 디지털·AI 협력체의 실질적 성과가 실제 시장과 정책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