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골 투혼”…김판곤 감독, 플루미넨시전 역전→클럽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 울려 퍼진 응원가 사이로, 울산 HD의 투지 어린 경기가 한동안 희망을 품게 했다. 승리의 기운은 잠시였지만, 이진현과 엄원상이 만들어낸 연속골의 순간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그러나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울산 선수들은 고개를 들고 그라운드를 걸어 나왔다.

22일 새벽 미국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울산 HD는 브라질 플루미넨시를 상대로 2연패를 당하며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그라운드 위, 울산은 초반부터 수비 조직력을 다지고 빠른 역습을 노리며 강호 플루미넨시에 맞섰다.

경기 초반 상대에 한 골을 내준 울산은 흔들림 없이 라인을 재정비해 전반 중반 이진현이 승부 균형을 맞췄다. 이어 엄원상이 속공 상황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2-1 역전을 일구었다. 울산의 집중력과 조직력, 벤치를 이끄는 김판곤 감독의 냉철함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그러나 후반전, 플루미넨시의 공격이 거세졌다. 계속된 압박 속에서 울산은 내리 세 골을 내주며 힘겹게 경기를 이어갔다. 이진현과 엄원상의 연속골은 승리의 희망을 품게 했으나, 후반에 무너진 수비는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가 끝난 뒤 김판곤 감독은 “남미 최강팀 중 하나인 플루미넨시를 상대로 팬들이 원했던 결과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자부심을 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는 소회를 밝혔다. 실점 이후 역전의 찬스를 만든 순간, 그는 선수들의 투혼과 성장에 큰 의미를 뒀다. “마지막까지 버티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성장의 계기로 삼겠다. 골을 넣은 이진현, 엄원상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기개를 보였다”고 감독은 전했다.

관중석에서는 울산 HD 팬들이 경기장 분위기를 달궜고, 선수들은 끝까지 투혼을 놓지 않았다. 김판곤 감독은 “우리의 16강 희망은 사실상 끝났다. 감독으로서 송구한 마음이고, 선수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세계 최정상 팀들과 겨루며 전력 차를 체감했지만, 대등하게 맞서는 모습에는 큰 의미가 있다”며 선수들의 태도에 만족을 표했다.

두 경기 연패로 조별리그는 탈락했지만, 울산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26일 오전 7시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펼쳐질 도르트문트와의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이번 클럽 월드컵 도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낯선 도시 새벽녘, 그라운드에 남은 땀방울이 위로처럼 퍼졌다. 팬들의 목소리, 흔들린 패배의 공기, 돌아오는 선수들의 표정 안에 작은 울림이 남았다. 이 여운은 6월 26일 새벽 울산의 마지막 경기를 통해 미국 신시내티 경기장에서 다시 한 번 은은히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