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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광치령의 비극”…얼굴 잃은 시신→23년 만에 쫓는 야성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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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광치령의 비극”…얼굴 잃은 시신→23년 만에 쫓는 야성의 추적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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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달빛이 산길을 비추며 시작된 ‘그것이 알고 싶다’ 광치령 변사체 사건의 리얼리티는, 일상의 소음을 끊고 오로지 침묵의 무게만이 남은 23년 전 현장을 다시 소환했다. 관념으로 막연했던 실루엣이 단 하나의 얼굴 없는 흔적으로 바뀌던 순간, 시청자는 이성보다 앞서 찾아오는 불온한 감각과 맞닿았다. 시간을 품은 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는 광치령의 새벽공기에 숙명처럼 얽혀 있다.

 

강원도 인제와 양구를 잇는 도로변, 2003년 버려진 마대자루로부터 시작된 의문의 시신. 세 개의 마대에 감춰진 남성의 몸은 얼굴과 양팔이 완전히 사라진 채 발견됐고, 20여 곳의 자창이 새겨진 상반신에서는 범인의 의도적 단서 제거 흔적이 드러났다. 경찰은 시신 주변을 수색했으나, 신원파악에 절실했던 부위는 끝내 찾지 못했다.

“얼굴 없는 단서의 소름”…‘그것이 알고 싶다’ 광치령 변사체→23년 만의 진실
“얼굴 없는 단서의 소름”…‘그것이 알고 싶다’ 광치령 변사체→23년 만의 진실

현장엔 신원을 밝혀줄 소지품이나 수사상 중요한 DNA, 지문조차 남지 않았다. 남겨진 몸에선 불법적으로 행해진 음경확대수술의 흔적이 포착돼 피해자의 배경에 관한 궁금증만 커졌다. 과거 재소자에게서 흔했던 시술 특징을 토대로, 교도소 경험을 지녔을 가능성 또한 제기됐다.

 

절단면의 정교함과 시신 보관 흔적에서 감지된 냉정한 연출은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으로 번졌고, 실체 없는 공포는 제보자까지 위축시키기에 이르렀다. 한 남성은 자신이 과거 폭력 조직에서 일했던 자리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익명성 뒤에 숨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세요. 나도 죽이면 어떡해”라는 말을 남긴 채, 사건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잔혹성을 넘어선 명확한 메시지에 주목했다. 그는 “오히려 발견되길 바라는 듯, 분노에 사로잡힌 범인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크고 강인했던 피해자의 체구조차 저항 한 번 못한 체 드러누웠던 순간, 극도의 제압력과 잔혹한 범행이 동시에 겹쳐져 있었다. 제작진은 돼지고기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당일의 절단 방식과 사용된 도구에 대한 수수께끼를 조심스레 파헤쳤다.

 

23년 전의 밤으로부터 지금까지, 광치령은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안은 채 무거운 정적을 반복한다. 새로운 증언과 과학적 분석이 더해질 때마다 미궁에 머물던 진실은 한 발 다가서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이름조차 찾지 못한 피해자의 단서만 남아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광치령 변사체 편은 14일 밤 11시10분, 시청자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집요한 추적의 여운을 건넬 예정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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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알고싶다#광치령변사체#표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