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이름을 묻다”…생로병사의비밀, 레카네맙의 도전→예상치 못한 가족의 눈물
누군가에게 매일이 같은 풍경처럼 흘러가지만, 치매가 찾아든 그 순간부터 세상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진하게 다가온다. 생로병사의비밀은 한 가족의 가장 소중한 이름마저 잊게 만드는 삶의 경계선 위에서, 보이지 않는 상처와 진짜 희망을 깊이 있게 따라간다. 반복되는 일상 뒤에 남겨진 가족의 눈물과, 치매 치료의 여명 앞에 선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질문을 던졌다.
한국은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더는 나이든 부모만의 걱정을 넘어, 누구도 예외 없는 위험이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 세기 최초로 알츠하이머라는 이름이 밝혀진 이래, 최근에는 레카네맙이라는 치료제가 새 이정표가 되고 있다. 기억력 감퇴를 처음으로 마주한 김정숙 씨가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고 레카네맙 투약을 시작한 장면은, 과학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바람을 예감케 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하며, 병의 진행을 늦춘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는 차별화됐으나, 여전히 남은 부작용과 효과 논란 역시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특히 방송은 치매가 단순히 뇌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12년째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는 백지선 씨는, 기억의 벽을 넘어 장 건강까지 지켜야 하는 또 다른 전장의 존재를 고백했다. 환자와 건강한 이들 사이에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크게 요동치고, 그 변화가 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차례로 소개됐다. 영국 가이 브라운 교수는 장의 내독소가 혈류로 침투해 뇌혈관을 약화시키고, 결국 알츠하이머 치매를 촉발한다고 밝혔다. 사소해 보이는 장의 변화가 치매의 운명을 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조용히 눈을 떴다.
치매의 흐름을 가늠하기 위한 예측과 조기진단, 장기 추적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광주 지역 대학과 치매 관리센터가 20년 가까이 실시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2만 2천 명의 고령자 그리고 100만 개가 넘는 샘플 데이터가 조용히 쌓였다. APOE ε4 유전자처럼 치매 위험을 미리 알리는 지표들이 정교하게 밝혀졌고, 그만큼 무증상자라 해도 병의 그늘이 곁에 잠재해 있음을 시사했다.
단지 노화의 끝자락쯤으로 여겨졌던 치매라는 단어는, 맞춤 치료와 조기 대응을 설계해야 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임을 방송은 노래한다. 정갑수와 강민창 PD, 정진형 작가가 꾸린 이번 치매 다큐는 가족의 연대와 의학계의 치열한 연구, 그리고 진짜 희망이 만나는 지점을 세심하게 비춘다. 결국 가장 반복적으로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 ‘정말 치매는 정복될까?’가 방송의 결에서 다시 떠오르며 시청자들에게 오랜 울림을 남긴다.
치매 극복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가족의 손길, 과학의 성실한 누적, 그리고 치료제 개발의 땀이 모였을 때, 변화의 서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치매 정복의 최전선, 생로병사의비밀 953회는 5월 28일 밤 10시에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