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정리됐다”…정청래·김병기, 민주당 리더십 갈등 일단 봉합 국면
특검법 합의 번복을 둘러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갈등이 일단 봉합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집권 여당 내 리더십 균열 우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최근까지 고조됐던 내홍은 당분간 소강 상태로 접어들 전망이다.
정청래 대표는 1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사실상 원안대로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결국 역사는 하나의 큰 물줄기로 흘러간다”며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이자 동지”라고 밝혀, 김병기 원내대표와의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에서 개혁 입법 과제가 많다며, 지도부 내 단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 지도부와의 내홍이 당분간 봉합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친명계 한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대통령의 협치 주문에 부응하려고 하다 기술적으로 어긋난 것일 뿐, 근본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며, 김 원내대표 사퇴론에는 “그럴 일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김병기 원내대표도 추가적인 확전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평소처럼 자리했고, 미국에서의 한국인 구금 문제 등 현안만 언급했다. 3대 특검법 합의 번복 사태에 대해서는 특별한 거론을 삼갔다. 이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 불참, “정청래한테 사과하라고 하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라진 행보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갈등 확산을 경계하는 배경에는 여권 전반의 악재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리더십 균열이 지속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 국정 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다선인 조정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통은 있었고, 이후 여론 동향 등을 감안해 일부는 보완하고 일부는 여야 합의를 반영해 잘 정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물밑에서 양측의 불신과 긴장감이 여전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 원내대표 측에서는 정 대표가 원내 사안에 월권한다는 시각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당내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여당 협상을 추진했지만,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높아지자 최고위원들이 책임을 원내로 돌린다는 점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는 정 대표 측의 별도 만남 제안까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원내에서 어렵게 협상한 사안인데, 협상 내용이 사전 발표되는 과정이 미숙했을 수 있으나 최고위가 일을 벌이자 손절하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대야 협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법사위 사전 보고 동의 논란은 유감”이라며, 김 원내대표가 지도부·법사위와 충분히 협의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언주 최고위원 역시 “대야 협상에서 지도부나 의원들 핑계를 대서 시간을 끄는 방법도 있는데, 국정원 출신이라 그런지 엄격하게 처리한 것 같다”고 평했다.
투톱 간 내홍이 일단 진정 국면을 맞았지만, 민주당 리더십을 둘러싼 파열음과 불신 기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여야 협상, 개혁 입법 등 굵직한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추가 갈등 재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