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박찬욱, 전주 밤을 물들였다”…‘편스토랑’ 뜨거운 포옹→벅찬 예술의 약속
잔잔한 5월 밤, 전주국제영화제의 긴장된 공기 위로 이정현의 설렘이 조용히 번져갔다. 배우라는 이름 아래 오래 간직했던 영화감독의 꿈이, 스크린 앞에서 비로소 첫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무대 뒤에는 박찬욱 감독의 묵직한 눈빛이, 관객석 어딘가에는 이정현의 딸 서아가 건네는 순수한 환희가 한층 따스한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이정현이 연출한 단편영화 ‘꽃놀이 간다’가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당당히 초청되면서, 그녀는 감독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상영 티켓은 금세 전석 매진된 기염을 토하며 이정현의 진심이 관객에게 닿았음을 증명했다. 서아의 깜짝 응원 방문과 함께 극장에는 가족의 따스함이 번졌고, 이정현이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뽑힌 사실도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현장을 술렁이게 한 건 박찬욱 감독의 뜻밖의 방문이었다. 10여 년 전 단편영화 ‘파란만장’으로 맺은 인연 이후 영화 ‘헤어질 결심’ 등 오랜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은, 이번에도 서로에게 진심을 쏟아냈다. 박찬욱 감독은 “이정현은 하늘이 점지한 배우”라며, 연기에 임하는 그녀만의 변신과 몰입에 무한한 신뢰와 감탄을 드러냈다. 이정현 또한 박찬욱 감독과 나눈 인생의 선물이 자신의 길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준다고 고백했다.
무대를 내려온 뒤에도 두 사람의 나직한 대화는 오래 이어졌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인생 선배로서 이정현의 감독 데뷔를 아낌없이 격려하며, 영화와 삶,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조언을 전했다. 오랜 시간 쌓여온 신뢰와 애정이 말과 눈빛에 스며, 예술을 향한 동행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정현의 새로운 출발은 관객의 박수, 가족의 환희,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진중한 응원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그녀가 꿈을 품고 달려온 지난 시간이 영화라는 언어로 응축돼, 이제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예술과 인간애가 만나는 무대, 마음을 울린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은 23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진한 울림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