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 관세 경고에 애플 주가 급락”…반도체까지 하락세 번져→기술주 불안 지속되나
뉴욕의 미풍도 없이 닫힌 5월의 밤, 월가에는 한기 어린 소문이 스며들었다. 23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의 촉수는 한 구절에 얼어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남긴 경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으면 최소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말이 시장의 맥박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애플의 시가는 하루 새 201달러의 경계선 아래로, 195.27달러로 내려앉았고, 시가총액은 3조 달러 벽을 내주었다.
어두워진 분기점이었다. 유럽연합(EU)산 제품에 50%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의 목소리는, 애플이라는 거목만이 아닌, 나스닥의 숲까지 흔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메타플랫폼,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의 푸른 이파리들도 일제히 시들었고, 반도체 지수마저 1.5% 넘게 미끄러졌다. 관세 공포는 순식간에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하락의 골짜기를 걸었다.

무역의 파고는 중국으로 향했다. 아이폰을 중국에서 조립해 전 세계로 공급하는 애플은 최근 인도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자 애쓰고 있지만,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미국 내 대체 생산의 난관을 지적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아이폰16 프로’의 미국 생산 시 가격이 무려 3,5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가격의 세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애플은 관세 여파로 이번 분기 최대 9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고, 팀 쿡 최고경영자도 불확실한 조세와 무역환경을 예의주시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의 정책 위협은 삼성 등 해외에서 조립되는 모든 스마트폰으로도 확대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투자업계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미국 기술 산업의 혼란은 반도체 분야로 퍼졌고, 브로드컴, 대만 TSMC, AMD, 퀄컴 등 세계 생산망의 중추마저 흔들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하루 새 1.53% 하락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과 연동된 세계경제의 그림자를 그렸다.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신호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다. 유럽연합과 중국, 인도 등 글로벌 IT 공급망 중심국들은 미국과의 관세 충돌이 경제성장에 미칠 장기적 파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대선 정국 속 예고된 관세 전쟁의 서막에, 월가는 변화무쌍한 정책 불확실성의 어둠을 더욱 경계하고 있다.
미국 정책 변화가 한국을 비롯한 IT 강국에도 치명적 파도로 번질 조짐이다. 애플의 협력사, 반도체 공급사들은 긴장어린 숨을 고르고 있다. 세계 경제의 투명한 유리는, 오늘도 지구 반대편 금융시장 한마디에 조용히 금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