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들고 거리로”…세대를 잇는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열기
요즘은 광주 동구 금남로를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단순한 도심의 한가로운 길목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각양각색 사람들이 추억을 나누는 축제의 현장이 됐다.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주먹밥 경연이나 반짝이 가면 만들기,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버스킹 소리까지—이 도시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축제로 물들고 있다.
현장엔 세대 구분이 따로 없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흥겨운 퍼레이드를 즐기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긴다. 앨리스 놀이터, 힐링쉼터, 충장동화마을 등 놀 거리도 다양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만족감이 높다. 특히 주먹밥 경연대회나 아시아 컬쳐쇼, 오색빛 대동놀이가 열리는 날은 SNS 인증 열기도 뜨겁다. “아이들과 함께 손으로 주먹밥을 만들다 보니 잊고 있던 추억이 떠올랐다”고 표현하는 가족도 있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문화관광축제로 반복 선정될 만큼, 해마다 수십만 명이 찾아온다. 최근엔 2024 아시아 피너클 어워드 베스트 퍼레이드, 2025 베스트 종합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등 국제상을 휩쓸며 지역의 위상을 단단히 다졌다.
전문가들은 이 축제의 본질을 ‘기억’과 ‘공존’에서 찾는다. 한 축제 기획자는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옛 추억을 나누는 장, 그것이 충장축제의 진짜 가치”라며 “도심 공간을 경험의 무대로 재해석한 덕에, 삶의 감각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지역 주민은 “금남로가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다”며 소감을 남겼고, 다른 방문객은 “축제장에서 이웃과 마주치는 짧은 인사가 오래 갈 것 같다”고 고백했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를 지켜온 상인들도 “축제 덕분에 거리의 풍경이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충장축제에서 단순한 볼거리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한다. 과거 민주화의 현장에서 흘러온 시간, 소소한 놀이와 나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움이 이 도시에 새로운 기억을 더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금남로를 걷는 사람들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다음 세대에 물려줄 ‘함께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