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황반변성 90% 겨냥”…국산 신약 개발 본격화로 치료 공백 메운다
노인 시력 상실의 핵심 원인으로 떠오른 건성 황반변성의 치료 패러다임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변화하고 있다. 환자 10명 중 9명이 앓는 건성 황반변성은 질병 초기 사용 가능한 약물이 사실상 전무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과 임상에 잇따라 나서며 미충족 치료 수요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도전을 ‘치료 공백 돌파를 위한 국산 신약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마더스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환자 편의성을 높인 점안제(눈에 넣는 약) 형태의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MTSDA 점안제’의 임상 1상에 들어갔다. 2023년 국가신약개발사업단과 공동 연구 협약도 맺은 바 있다. 이 약물은 노인성 황반변성의 주요 발병 요인인 시세포 사멸을 억제하며, 망막 내 다양한 세포 사멸 과정을 동시에 차단해 노화와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새로운 원리의 후보물질이다. 복잡한 주사제 대신 점안제 방식으로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인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질환의 진행 초기에 단순한 약물이 없던 한계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한다.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뉴라클제네틱스도 신약 개발에 가세했다. 회사는 신규 타깃 유전자 기반의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을 적용한 ‘NG103’을 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이 치료제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직접적으로 망막 손상 과정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존의 보체계(면역 조절 단백질) 기반 치료제보다 더 폭넓은 효능 확보가 기대된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최근 시리즈C에서 261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위한 독성시험 및 대량 생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노벨티노빌리티와 지도모양위축증(GA) 항체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GA는 황반변성의 말기, 망막 조직의 광범위한 괴사를 일으키는 단계로, 이미 미국에서는 2023년 첫 치료제가 승인됐지만 시력 회복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내 협력 프로젝트 역시 후보물질 도출부터 전임상, 임상,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총괄해 미충족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올릭스는 건성·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동시 치료를 지향하는 ‘OLX301A’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망막색소상피세포 손상 핵심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RNA 치료 전략을 적용했다. 기존 치료법(항-VEGF 주사)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까지 포괄 범위를 넓히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복수의 기업이 지도모양위축증(GA) 치료제 상용화에 나섰지만, 미충족 수요와 부작용 문제로 치료 옵션 다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신약 허가 시 실명 예방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업계는 황반변성 신약 경쟁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신기술 경쟁 분야로 진입했다고 본다. 한 바이오기업 연구자는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의 초기 시장 진입 자체가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국산 신약이 실제 임상 효과와 시장 안착에 성공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