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방산·해운주 20%대 급등”…미국-이란 긴장, 호르무즈 봉쇄 우려에 시장 출렁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짙어졌다. 이 불안은 곧바로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6월 23일 정유·방산·해운주에서 대폭 등락을 연출했다. 해협을 둘러싼 정치적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숨 가쁜 하루를 경험했다.
정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는 명확하게 관측됐다. 중앙에너비스는 전일보다 24.30% 급등한 2만4천250원에 장을 마쳤으며, 장 초반 상한가에 도달하는 등 매수세가 강하게 몰렸다. 흥구석유는 17.64%, 한국석유는 16.87%, 한국ANKOR유전은 23.76%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폭등은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가운데,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원유 공급망 불안이 시장을 파고든 결과로 해석된다.

풍랑은 해운주에도 번졌다. HMM은 2만3천500원으로 2.39% 오르며 마감했으나, 장중 한때 6.96%까지 치솟는 등 변동성이 극심했다. 흥아해운은 15.48%, 대한해운은 3.53%, 팬오션은 0.64%, KSS해운은 0.10% 상승했다. 유조선 운임이 단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반영됐다.
방산업종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강세를 보였다. 풍산은 7.51%의 상승률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고, 풍산홀딩스 역시 14.93%로 강하게 치솟았다. 현대로템 0.94%, LIG넥스원 3.45%, SNT다이내믹스 -0.53%, 엠앤씨솔루션 5.07% 등 주요 방산주들도 일제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제 원유 시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유조선 운임 단기는 물론 중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 움직임까지 촉진할 것"이라며 원유 및 운임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미군의 직접 개입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모두 실제화될 위험이 커졌다"며,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 조짐에 시장의 민감도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신한은행은 당일 보고서에서 "미국 개입 현실화로 유가가 90달러대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투자자 경계를 강조했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제 봉쇄 가능성엔 신중론을 더했다. 이란 역시 교역의 주요 통로인 해협 봉쇄로 인한 수출 타격을 무릅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국 모두 확전 부담이 크고, 유가 급등은 미국 금리 인하 여력도 제약한다"며 추가 확전에 따른 리스크를 낮게 평가했다.
이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국제 유가와 관련 업종의 주가 변동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풀리지 않는 불확실성 하에, 투자자들은 정치·경제 전선의 한 가운데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세계의 안정과 시장의 질서가 어디에 닻을 내릴지 오늘의 장은 조용한 경고를 전한다. 석유와 바다, 방산과 무역을 잇는 이 거대한 흐름이 향후 얼마나 진폭을 키울지, 투자자는 냉철하고 유연한 시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내일, 후속 지표와 이란의 공식 입장이 어둠을 밝힐 등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