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이달 말 국빈 방한 조율”…한미·한중 정상회담 경주 개최 임박
미국과 중국 양대국 정상이 이달 말 한국을 국빈 방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교 라인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APEC)를 계기로 연이어 방한하며,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각각 진행할 전망이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두 정상의 방문 형식과 의전, 그리고 양국 간 교류 일정이 막판까지 조율되고 있다.
1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하는 방안을 미·중 양국과 최종 조율 중이다. 국빈 방문은 외국 정상 방문 가운데 가장 격이 높아 대대적인 환영식과 만찬 등 최고 수준의 예우가 제공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 가능성이 크다. 특히 29일 한미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이 예정돼 있어 한미 양국 당국이 구체적 일정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지만, 30일에 경주에서 한중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이 유력시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정상이 하루 차이를 두고 경주에서 차례로 국빈 예우를 받는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한은 전통적으로 서울에서 진행되는 국빈 방문과 달리, APEC 현장인 경주에서의 개최가 유력해 환영식 등 의전 절차가 일부 간소화될 전망이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도 변수로 부상했다. 외교가는 최근 불거진 미중 간 무역갈등에도 불구하고 30일 경주 APEC 회의장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러나 공식 개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 외교당국은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은 예정대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조치가 시 주석의 방한 형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외교계는 현재로선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 방한 이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공식 방한은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왕 부장은 중국 내 정치 일정이 많아 당초 추진됐던 방한이 어렵게 됐으며, 이에 따라 차관 또는 차관보급 인사가 대신 방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왕 부장의 방한 무산 여부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사전 준비가 완료된 만큼 고위급 실무진 중심의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중 정상의 잇단 국빈 방한과 APEC 정상회의를 둘러싼 외교전이 본격화되며, 외교·안보 라인은 세부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가 한반도 외교 지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막판까지 양국과 의전·의제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