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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항생제가 내성 넘어선다”…국내외 신약 개발 경쟁 가속
IT/바이오

“하이브리드 항생제가 내성 넘어선다”…국내외 신약 개발 경쟁 가속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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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균의 항생제 내성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중보건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감염에 대응하는 신규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과 제약업계에서는 두 가지 항생제의 이중 작용 메커니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항생제’가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관련 특허와 임상 개발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업계는 이제 항생제 내성 억제를 둘러싼 신약 개발 경쟁이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본다.

 

한국화학연구원과 감염병기술전략센터가 발표한 ‘하이브리드 항생제 특허 분석 보고서’는 항생제 내성(AMR)이 인류의 해결 시급 과제로 자리잡았다고 진단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AMR과 관련된 사망은 연간 495만건에 달하며, 전체 사망자의 20%는 5세 미만으로 확인됐다.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AMR 문제를 방치할 경우 2050년 연간 사망자 수가 1000만명, 경제적 피해가 10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구균 등 병원체가 특정 항생제에 반복 노출되며 약물 작용에 저항성을 띠게 되는 현상이다. 일단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까다로워지고, 감염 악화 및 중증 확률이 높아진다. 인구 증가, 감염병 확대, 농축산 분야 항생제 남용 등이 내성균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혁신기관들은 이제 단일 항생제보다 두 가지 항생제나 항생제-보조제 조합을 통한 ‘병용요법’ 및 하이브리드 설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항생제는 두 개의 항생제를 화학적으로 연결해 단일 약물로 만든 개념이다. 각각의 항생제가 가진 항균 활성을 이중 표적 구조로 구사해, 다제내성균 제어력과 내성 발현 억제 효율이 높다는 평가다. 즉, 기존의 ‘동시 투여’ 대비 체내 노출, 작용 특성, 내성 방지 효과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 다만 조성 복잡성 탓에 안전성·부작용 평가 및 임상 검증이 까다로운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항생제 내성 대응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85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5.4% 성장, 2029년엔 10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WHO 임상 개발 현황(2023년 기준)에서 하이브리드 항생제 신약 파이프라인은 전체 83개 중 3개에 그치고 있다. 실제 상용화 단계 기술로 텐노테라퓨틱스의 ‘Rifasutenizol(TNP-2198)’, 러시아 알팜의 ‘Cefilavancin(TD-1792)’ 등이 임상 3상을 마치고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다.

 

특허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 항생제 기술이 주목받는다. 기존 단일 항생제는 특허 만료 후 제네릭(복제약)으로 대체되지만, 하이브리드 기술은 새로운 조성물 특허 등록이 가능해 독점 기간이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원조 조성물 또는 제조공정 특허 확보 전략이 상업화와 국제 진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항생제 기술이 내성 시대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열쇠로 부각되고 있다”며 “실제 임상 안전성과 경제성을 입증해야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글로벌 제약 시장의 규제, 특허, 상용화 구조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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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항생제#항생제내성#tennortherapeu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