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판 짜장부터 하얀 짜장까지”…서울 중식 명소가 담아내는 따뜻한 한 그릇의 품격
요즘은 서울 곳곳의 숨은 중식당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특별한 날만 가던 중국집이었지만, 지금은 각양각색의 짜장·짬뽕·동파육 한 그릇에 소소한 일상을 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실제로 종로와 중구 일대에는 몇 대에 걸쳐 이어져 온 중식 명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학로의 해피니스 대학로점에선 달궈진 돌판 위에 짜장과 직접 만든 동파육을 올려 내는 독특한 메뉴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SNS에서는 “돌판 짜장의 불향이 잊히지 않는다”, “동파육과 짜장을 함께 먹으니 신기하다”는 후기가 쉽게 찾아진다.
종로2가의 한양중식 종로점도 전통 짜장면부터 '씨리얼새우'같은 이색 요리까지 메뉴가 다채롭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끌린다는 반응이 많다. 또 3대째 영업 중인 을지로 안동장에서는 겨울이면 굴짬뽕을 찾는 단골 손님들로 긴 줄이 늘어난다. 오랜 시간 이어온 점포 앞에선 “이 곳 국물은 매순간 따뜻하게 위로가 된다”는 말이 퍼진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연경은 춘장을 쓰지 않고 만든 ‘하얀 짜장’을 선보이며 색다른 전통을 만들어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 덕에 2030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골고루 사랑받는다. 가족 식사나 모임을 하기에 아늑한 공간도 인상적이다. “하얀 짜장 덕분에 짜장면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는 이용 후기도 적잖다.
금천 시흥동의 동흥관은 올해로 7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네 중식당이다. 삼선짬뽕, 짜장면, ‘맛짜장’ 등 기본부터 완성도가 다르다며 근처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단골들은 “늘 그 자리에서 같은 맛을 내준다”고 느낀다. 이렇듯 각 동네마다 특색 있는 중식 맛집이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서울의 외식 문화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외식 트렌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중식당 방문 경험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짜장면 하면 검은 춘장을 떠올렸지만, 이젠 돌판 짜장이나 하얀 짜장처럼 ‘새로운 전통’에 도전하는 곳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현대의 중식당은 과거의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 위에 각 가게만의 스토리를 더해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해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인생 짜장면은 동네 노포에서 만난다”, “하얀 짜장 먹고 중식의 세계관이 달라졌다” 등 자주 찾아가고 싶은 집이 늘어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누군가에겐 오래된 추억,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험이 되는 중식의 한 그릇이 삶에 소박하지만 진한 위로를 남긴다.
서울의 중식당들은 한때의 유행이 아닌, 도시생활에 스며든 특별한 기호다. 작고 사소한 외식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리듬과 추억은 그 한 끼를 통해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