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암흑 상태에서 600배 오래”…UNIST, 양자 얽힘 수명 혁신
IT/바이오

“암흑 상태에서 600배 오래”…UNIST, 양자 얽힘 수명 혁신

한채린 기자
입력

암흑 상태에 기반한 양자 얽힘이 양자 정보 기술의 내구성과 활용도를 혁신적으로 높이고 있다. UNIST 물리학과 김제형 교수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동연구진은 암흑 상태에서 수명이 최대 600배 길어진 집단 양자 얽힘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차세대 양자 메모리, 정밀 양자센서, 양자 통신 등 다양한 양자기술의 패러다임 전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나노미터 규모의 광공진기에서 손실률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 외부 간섭에 취약한 기존 밝은 상태(bright state)와 달리 외부 영향에 강한 암흑 상태(dark state) 얽힘을 유도했다. 암흑 상태는 빛 방출(광자 방출)이 거의 없어 얽힘의 수명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암흑 상태의 얽힘 수명은 최대 36나노초(ns)로, 밝은 상태(62피코초·ps) 대비 약 600배 증가했다. 이는 “양자 얽힘 수명 한계”의 기존 이론을 뛰어넘는 수치다.

암흑 상태에서 얽힘 보호 특성의 본질은 양자점과 공진기 손실, 결합 강도 등 시스템 파라미터 조절에 있었다. 결합 강도만 커지거나 손실이 지나치게 커질 때와 달리, 양 참값을 균형 있게 맞추면 두 양자점의 집단적 얽힘이 외부 충격 없이 오래 지속된다. 연구진은 쌍광자 동시 방출 등 비고전적 현상까지 포착해 암흑 상태 얽힘의 실질적 형성을 검증했다. 기존 양자 메모리·양자 센서 분야의 병목이었던 ‘안정적 상태로의 장시간 얽힘 유지’ 문제를 실험적으로 돌파한 것이다.

 

양자 얽힘 기반 정보저장·센서 기술은 고밀도 데이터 보안·초정밀 측정 분야에서 요구도가 크다. 암흑 상태 얽힘 기술이 실증되자, 실제 양자 메모리, 양자 통신 인프라, 에너지 하베스팅 등 핵심 산업 분야의 상용화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양자기술 선진국들도 외부 노이즈에 강한 정보저장 구조 구현에 주력해왔으나, 실험적 집단 얽힘의 수명 연장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미국·유럽 선도연구와 차별화된 ‘암흑 상태 조율’ 접근 방식으로, 한국의 양자기술 연구가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한 셈이다.

 

양자 정보 기술은 식약처·과기정통부 등 정부 차원의 산업 지원, 양자 소재·장비 표준화 제도, 글로벌 데이터 보안 프레임워크 구축 등 규제·정책과도 밀접하다. 연구팀의 성과가 산업 현장에 적용되려면 실험 데이터의 안정적 재현, 대량생산 장비 연계 등 기술 인증 및 제도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제형 교수는 “암흑 상태 얽힘을 실험적으로 구현, 집단적 얽힘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양자 정보 저장, 정밀 센서·통신 등 신산업에서 실제 상용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양자 얽힘 안정화 기술이 데이터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채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unist#양자얽힘#암흑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