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첫 동메달 합작”…임종훈·신유빈, 혼복 메달 획득→애국가 다짐
시상대 위에서 번지는 밝은 미소 뒤로 남겨진 뚜렷한 아쉬움. 하지만 임종훈과 신유빈의 눈빛은 오히려 결연했다. 둘은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혼합복식 메달을 목에 걸며 성장의 서사를 남겼다. 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았으나, 단 한 번 울리지 못한 애국가의 의미는 곧 다음 도전을 향한 다짐이 됐다.
24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아레나. 세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준결승전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 신유빈(대한항공) 조가 출전했다. 상대는 랭킹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였다. 초반부터 신유빈과 임종훈은 거칠 것이 없는 공격과 빠른 순발력으로 흐름을 잡으려 했으나, 중국 조의 빈틈없는 수비와 노련한 전술 앞에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집중력 있는 랠리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매 세트마다 결정적 순간 점수를 내주며 0-3으로 패배, 결승 진출은 무산됐다.

그러나 세트마다 성장한 팀워크와 혼신의 힘을 다한 모습은 현장의 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동메달은 세계선수권 혼합복식 무대에서 임종훈-신유빈 조가 처음으로 함께 획득한 성과다. 임종훈은 앞서 남자복식에서 장우진과 함께, 신유빈은 전지희와 여자복식에서 각각 은메달을 차지한 바 있으나, 두 선수가 한 조로 획득한 메달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임종훈은 “혼합복식만큼은 아직 메달이 없어서 더욱 간절하게 준비했다. 벼랑 끝에 몰리는 듯한 경기였으나 다시 일어나 더 큰 도전을 향해 나아가겠다”며 진한 여운을 전했다. 신유빈 역시 “슬럼프를 딛고 이 자리까지 왔다. 의미 깊은 무대는 물론, 8강에서 대만의 강호를 꺾은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시상식에서의 긴장감도 고백했다.
관중석에는 두 선수를 향한 응원과 감탄이 이어졌다. 소음을 집어삼킨 듯한 경기장 안의 정적은 때때로 한 점마다 폭발적인 박수로 변했다.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에 합류한 두 영웅은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의미 있는 역사를 써 내려가며, 팬들에게 따뜻한 희망을 건넸다.
임종훈과 신유빈은 이번 메달을 디딤돌 삼아, 다음 세계선수권에서는 결승 무대와 금메달, 그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신유빈은 이어지는 여자복식에서 또 한 번 영광에 도전한다. 두 선수의 사연이 깃든 이 여정은 대한민국 대표팀 순위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힘겨운 기대와 설렘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손길, 다시 시작되는 도전의 길목. 이 순간을 지켜본 팬들의 응원이 코트 위 난동처럼 벅차오른 밤, 임종훈과 신유빈의 내일이 궁금해지는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