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가명정보, 100일 내 제공”…정부, 데이터 혁신 가속
가명정보의 제공이 디지털헬스, 통계, 인공지능(AI) 등 IT·바이오 산업 전체의 데이터 활용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가명정보 제도·운영 혁신 방안은 공공기관이 내부 데이터를 제공하는 과정을 평균 310일에서 10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며, 현장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이번 정책을 ‘국가 데이터 경쟁력 제고의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2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도로 공공기관의 가명정보 제공 절차 간소화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 도입된 가명정보 제도는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할 합법적 통로이지만, 실제 공공 데이터 공급률은 2%에 머물러 있었다. 주된 원인으로는 데이터 재식별에 대한 법적 책임 부담, 복잡한 절차 및 전문 인력 부족이 꼽혀 왔다.

이번 혁신 방안의 주요 내용은 ▲공공기관 가명정보 제공 대폭 확대 ▲업무절차 간소화 및 기간 대폭 단축 ▲데이터 손실 최소화 및 활용성 강화 등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가명정보 제공경험을 공공기관의 절반 수준(2%→5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장에서는 가명처리의 전문성을 확보한 원스톱 위탁 서비스가 도입된다.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이 데이터 가명처리의 적정성을 검증해주고, 공공기관의 법적·행정적 책임도 덜어준다.
공무원 대상 면책 가이드라인과 비조치 의견서 제도도 올해 안 도입된다. 데이터 제공 과정의 법적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 검토와 회신을 통해 위반 여부를 신속히 안내받을 수 있고, 실무공무원이 직무처리 과정에서 불합리한 처벌 위험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 제공에 필요한 행정 절차도 간소화된다. 평균 310일 걸리던 가명정보 제공 절차가 2027년까지 100일 이내로 줄어든다. 위험도·처리환경 기준으로 서면심의 등 간결한 심의대체가 가능해지고, 비정형 데이터(이미지·영상)는 전수 대신 표본조사 방식으로 적정성이 확인된다. 기존 최대 24종의 필수서류는 13종으로 통합된다.
‘공공기관 가명정보 제공·관리 체계’(가칭)도 연내 제정 작업에 들어간다. 연구자가 한 번 접수하면 일괄절차로 기관 데이터를 신청·안내받을 수 있다. 데이터 제공 실적을 공공기관 평가 가점요소로 반영하면서, 현장 실적 중심의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기관간 가명처리 심의위원회 운영 기준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반영, 각 기관마다 달랐던 운영 편차를 최소화한다. 개인정보 이노베이션존 운영 확대도 병행된다. 정부 보증 아래에서 기관 간, 이노베이션존 간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연결·연계돼, 의료·통계·IT·바이오·행정 등 다양한 빅데이터 융합 및 혁신 연구가 이뤄지는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정책은 글로벌 데이터 경쟁 구도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공공데이터의 유연한 활용 구조와 함께 데이터 윤리·보호 규제의 균형점 모색을 병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간 균형, 데이터 신뢰성 및 재식별 위험 관리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개인정보위는 법률 개정과제도 병행하며 신속한 개선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AI 시대에는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곧 핵심 경쟁력”이라며, “가명정보 부담을 줄이고 절차를 합리화해 현장에서 데이터 혁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실제 공공데이터의 시장 안착과 데이터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